연극배우로 산다는 건
연극배우로 산다는 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7.31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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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자, 장두이, 오광록이 들려주는 독백

 『한국배우 100인의 독백』(2012. 서울연극협회)을 선택한 건, 독백이란 단어 때문이다. 이 책에서 기대한 독백은 연극 무대에서 혼자 말하는 대사가 아니라 배우들이 들려 줄 삶의 독백이다.

  책은 서울연극협회가 준비한 행사로 배우 ‘100인의 독백 모노스토리 시즌1’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100인 중 43명의 배우들이 그동안 자신이 연기한 장면 중 하나를 무대에서 독백으로 연기한 것을 활자로 옮긴 것이다. 연기한 독백의 대사와 함께 짧게 혹은 길게 연극에 대한 생각들 말한다.

 43명 중 박정자, 박웅, 이대연, 장두이, 오광록처럼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어 이름만으로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배우도 있었고, 남명렬, 박지일, 박용수, 장미자처럼 얼굴은 익숙하지만 이름을 알지 못하는 배우도 있었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배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책을 통해 만난 배우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무대에서 정열을 불사르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무대에서 올린 독백은 그들의 배우 인생에서 특별한 공연이었다. 그들은 공연을 통해, 5. 18 광주 운동과 민주화를 말하기도 했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말하기도 했으며, 어떤 공연은 수상의 영광을 안겨주었고, 어떤 공연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했다.

 ‘배우로 산다는 것. 어쩌면 늘 자신을 버려야 하는 작업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내 고집과 욕심과 습관을 버리고, 언제든 새로운 인물이 들어올 수 있도록 나를 잘 비워 놔야 한다. 그리고 무대에서는 어떤 감정이 날 짓누르든지 감당해내고 버텨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무대가 날 집어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p. 144 (박지일)

 ‘연극은 사람의 마음을 단련시키고, 자신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깨닫게 하는 학습도구라는 게 맞는 것 같다. 작품 속에는 분명히 나와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극은 매번 우리 배우들을 유혹한다. 작품 속의 그들은 나를 대신해 울고, 웃어준다. 속이 후련할 정도로! 작품 속의 인물들은 바로 내가 소망하는 그들이고, 내 속에 웅크린……. ‘그래도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다.’ p. 257 (장용철)

  배우로 사는 삶을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배우 뿐 아니라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이라는 무대의 주인공으로 살아간다는 건 같을 것이다. 때로 무대에서 내려 오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 결코 그 무대에서 내려올 수 없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은 정말 멋지고 아름다웠다.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공연을 볼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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