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가 왕인 나라?
탱자나무가 왕인 나라?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2.07.25 1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시 앞세워 폭정....숲을 통해 정치를 보다

[북데일리] 탱자나무가 왕인 나라가 있다. 바로 현길언의 장편소설 <숲의 왕국>(2012. 물레)이다. 소설의 배경은 숲이며, 주인공은 나무들이다. 숲을 가꾼 건 원 노인이다. 아무 욕심 없이 그저 나무를 심었을 뿐이다. 그렇게 평생을 가꾼 숲은 그곳을 찾는 모두에게 평화의 안식처였다. 탱자나무가 다스리는 왕국에서는 어떤 이들이 벌어질까?

왕이 된 탱자나무는 가시를 내세워 울타리를 만들고 방문자를 허락하지 않는다. 쉼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도와주는 꽃과 나비는 물론이고 새도 모두 가시로 위협해 쫓아낸다. 심지어 왕은 숲에 흐르는 시내를 막아버린다. 아무도 찾지 않는 숲은 점차 황폐해진다.

원 노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자 관리인 목 상무는 회장의 아들인 원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숲을 찾은 원 의원은 평생을 숲에서 산 아버지를 떠올리며 지난 시절을 돌아본다. 변화를 외치며 데모를 하고 수감 생활을 하던 시절, 숲은 언제나 위안을 주었고 그곳에서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린다.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말에 숲에게 모든 걸 맡기신 아버지의 뜻을 이해한다.

“그래서 내가 숲에 들어가면 마구 돌아다니지 않니. 왜냐하면 너무 좋아서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다 평화롭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내 자식들이 그렇게 사는 것처럼 즐겁기만 하단다. 그러니 엉겅퀴 하나라도, 비록 지금은 쓸모가 없다고 하더라도 잘라버릴 수 없지 않니. 다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p. 101

왕의 횡포에 참다 못한 밤나무를 시작으로 나무들은 스스로 가시를 만들어 왕과 친위대를 공격한다. 그러니까 일종의 시위를 한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상처 내고 망가뜨린다. 숲은 평화로운 곳이 아니라 무서운 곳으로 변한 것이다. 결국 목 상무가 탱자나무를 자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왕은 숲의 모든 나무들이 모인 자리에서 모두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빈다. 다시 모든 걸 제자리로 돌리자고 말한다.

“서로 껴안으면 상대의 가시가 내 몸을 찔러서 아프지요. 그 아픔을 겪어야 내가 이 가시로 남을 괴롭협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나는 이렇게 지은 죄를 갚겠습니다. 여러분은 아직까지 그 몸에 난 가시를 무기로 남을 괴롭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으니, 이미 남을 괴롭힌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남에 대한 미움과 분노와 복수의 마음이 다 사라지기를 바라면서 제 몸의 가시를 분질러버기를 부탁합니다.” p. 244

모두 함께 사는 숲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함을 알기에 나무들은 서로가 서로를 껴안는다. 다 같이 사는 숲엔 다시 새가 날아들고 사람들의 모여들어 평화로운 곳이 될 것이다. 숲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숲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며, 숲의 나무는 우리와 다르지 않다. 우화형식을 빌려 저자는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묻는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