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하루 10분씩 100일 동안 1000가지 창의적 글쓰기>(넥서스BOOKS.2012). 책 제목이 참 길다. 난생 처음으로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 전에 나만의 글쓰기 방법으로 무조건 10분씩 노트에 마구 적어보기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 책은 어떻게 하루 10분 글쓰기를 하라고 할까 무척 궁금하기도 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새해를 맞이한 결심으로 10분간 알람을 맞추고 두서없이 마구 적는 글쓰기를 한 달 가까이 지속했다. 그런데 10분이라는 부담 없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더 이상 쓸 주제를 생각해 내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날 있었던 일, 신문에서 봤던 사건, 문득 떠오른 글감 등 처음엔 쓸 거리가 쉽게 널려 있었다. 그러나 아이앰그라운드 이름 대기 게임을 하면 급격하게 어휘가 바닥나듯이 나의 글감도 금방 사라져버렸다. 글을 쓰는 10분보다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를 고심하는 것이 더 긴 것 같았다. 그렇게 갑자기 글쓰기가 부담이 되더니 어느 새인가 그 노트를 더 이상 펼치지 않게 되었다.
이 책을 받자마자 펼쳐보았다. 글쓰기 방법론에 대한 책일 것이라는 나의 막연한 예상이 깨졌다. 이 책은 글감을 분야별로 직접 제시하고 있다. 주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글 연습장이다. 구구절절 다른 설명도 없다. 그저 간결한 활용방법만이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이 책을 펼쳐든 사람은 지시문을 읽고 열 개의 숫자 중에 아무거나 골라서 거기에 써있는 대로 글만 쓰면 된다. 내가 옛날에 막혔던 지점을 고통 없이 해결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하루 글쓰기의 글감이나 주제가 100가지에 이르고 각각에 대해 10개의 선택 사양이 있다. 그래서 1000가지의 글쓰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 책을 글쓰기 훈련서로 삼는다면 최장 1000일 동안의 글감이 완비된 셈이다. 벌써 글을 다 쓴 것처럼 뿌듯하다.
이 책의 지시대로 글쓰기를 해보았다. 문법이나 맥락은 나중으로 미루었다. 글씨 연습하듯 끊김이 없도록 노력했다.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10분이 길게 느껴졌다. 빠른 손놀림으로 말이 안 되더라도 적으니까 글의 양도 무척 길어졌다.
이 책을 충실하게 다 마칠 쯤이면 소설을 써보고 싶게 될 것 같다. 내 주변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 아니라 다양한 가상의 상황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므로 꼭 솔직한 내 심정을 담을 필요는 없다. 나도 이 기회에 다른 사람인척 다양한 생각을 적어볼 수 있는 것이다. 솔직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쓰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렇게 글쓰기를 하면 노트가 금방 두툼해질 것이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들거나 더 써보고 싶었던 글을 다시 제대로 써보고 퇴고의 과정을 거친다면 나의 글쓰기 실력은 도약하게 되지 않을까.
글감도 주어졌겠다, 10분의 시간만 있으면 되겠다, 이제 필요한 것은 꾸준히 하겠다는 열정뿐이다. 만년필의 잉크를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