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깬 글쓰기 책
예상을 깬 글쓰기 책
  • 이글지글 시민기자
  • 승인 2012.03.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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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을 때 쯤이면 소설 써보고 싶을까

[북데일리] <하루 10분씩 100일 동안 1000가지 창의적 글쓰기>(넥서스BOOKS.2012). 책 제목이 참 길다. 난생 처음으로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책. 전에 나만의 글쓰기 방법으로 무조건 10분씩 노트에 마구 적어보기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 책은 어떻게 하루 10분 글쓰기를 하라고 할까 무척 궁금하기도 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새해를 맞이한 결심으로 10분간 알람을 맞추고 두서없이 마구 적는 글쓰기를 한 달 가까이 지속했다. 그런데 10분이라는 부담 없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더 이상 쓸 주제를 생각해 내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날 있었던 일, 신문에서 봤던 사건, 문득 떠오른 글감 등 처음엔 쓸 거리가 쉽게 널려 있었다. 그러나 아이앰그라운드 이름 대기 게임을 하면 급격하게 어휘가 바닥나듯이 나의 글감도 금방 사라져버렸다. 글을 쓰는 10분보다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를 고심하는 것이 더 긴 것 같았다. 그렇게 갑자기 글쓰기가 부담이 되더니 어느 새인가 그 노트를 더 이상 펼치지 않게 되었다.

이 책을 받자마자 펼쳐보았다. 글쓰기 방법론에 대한 책일 것이라는 나의 막연한 예상이 깨졌다. 이 책은 글감을 분야별로 직접 제시하고 있다. 주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글 연습장이다. 구구절절 다른 설명도 없다. 그저 간결한 활용방법만이 제시되어 있을 뿐이다. 이 책을 펼쳐든 사람은 지시문을 읽고 열 개의 숫자 중에 아무거나 골라서 거기에 써있는 대로 글만 쓰면 된다. 내가 옛날에 막혔던 지점을 고통 없이 해결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하루 글쓰기의 글감이나 주제가 100가지에 이르고 각각에 대해 10개의 선택 사양이 있다. 그래서 1000가지의 글쓰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 책을 글쓰기 훈련서로 삼는다면 최장 1000일 동안의 글감이 완비된 셈이다. 벌써 글을 다 쓴 것처럼 뿌듯하다.

이 책의 지시대로 글쓰기를 해보았다. 문법이나 맥락은 나중으로 미루었다. 글씨 연습하듯 끊김이 없도록 노력했다.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10분이 길게 느껴졌다. 빠른 손놀림으로 말이 안 되더라도 적으니까 글의 양도 무척 길어졌다.

이 책을 충실하게 다 마칠 쯤이면 소설을 써보고 싶게 될 것 같다. 내 주변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 아니라 다양한 가상의 상황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므로 꼭 솔직한 내 심정을 담을 필요는 없다. 나도 이 기회에 다른 사람인척 다양한 생각을 적어볼 수 있는 것이다. 솔직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쓰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렇게 글쓰기를 하면 노트가 금방 두툼해질 것이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들거나 더 써보고 싶었던 글을 다시 제대로 써보고 퇴고의 과정을 거친다면 나의 글쓰기 실력은 도약하게 되지 않을까.

글감도 주어졌겠다, 10분의 시간만 있으면 되겠다, 이제 필요한 것은 꾸준히 하겠다는 열정뿐이다. 만년필의 잉크를 채워야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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