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운의 '물건' 실제로 보니...
김정운의 '물건' 실제로 보니...
  • 정미경 시민기자
  • 승인 2012.03.0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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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열세 명의 소중한 '소장품'다룬 책

[북데일리] ‘남자의 물건'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것이 떠오르는가? 순간적으로 다소 민망한 물건이 연상된다. 그 외에 어떤 물건이 있을까? 그 물건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남자의 물건>(21세기북스. 2012)은 저자가 좋아하는 유명인 열세 명의 ‘물건’에 대한 책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물건'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말한다.

‘자기 이야기가 풍요로워야 행복한 존재다. 할 이야기가 많아야 불안하지 않다. 한국 남자들의 존재 불안은 할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모여서 하는 이야기라고는 정치인 욕하기가 전부다.

사회적 지위가 그럴듯할 때는 그래도 버틸 만하다. 자신의 지위에서 비롯되는 몇 가지 이야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가 사라지는 순간 그 이야기도 끝이다. 남자가 나이 들수록 불안하고 힘든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도무지 할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의 물건’이다. (중략) 자기 물건을 통해 매개된 존재의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살펴보자는 이야기다.' (p8)

책에 소개된 사람들의 물건은 의외의 것들이 많다. 사소한 물건들이지만 그들에게는 큰 의미와 스토리가 담긴 특별한 물건들이다. 근원적 외로움을 위로해 주는 이어령의 3미터 책상과 먹을 갈고 글씨를 쓰며 20년 무기수의 삶을 살아온 신영복의 벼루, 그리고 더 없이 교만한 자화상을 담은 겸손한 안성기의 스케치북이 그렇다. 특히, 차범근 스럽지 않은(?) 물건도 아주 의외다.

“지금도 독일에 가면 꼭 그렇게 프리슈틱(아침)을 먹어야 해요. 그게 벌써 20년이 지났는데도 항상 그게 그립고 또 그렇게 생각이 나요. 그때 온가족이 막 재미있게 하루 이야기하고……. 얼마나 재미있게 웃고, 아이들은 서로 자기 이야기 들어달라고 하고, (중략) 정신없이 아이들 하는 이야기 듣다 보면 그게 너무 행복하고…… 이거를 볼 때마다 우리한테 그 소중한 시간들이 떠오르고…… 그게 독일이 가져다 준, 우리한테는 아주 굉장히 소중한 선물이 아닌가 생각해요.” (p199~p200,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 중에서)

독일 아침식사에 필수로 나오는 삶은 ‘계란을 올려놓는 받침대’. 그는 그 물건을 쓰다듬으며 그 행복을 반복해서 추억하고 있다. 차범근 인생의 절정은 독일에서 가족들과 함께 한 따뜻한 아침식사였던 것이다.

저자는 ‘삶이라는 것도 어떤 의미에선 대단한 게 아닐 수 있다는 거다. 아주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면 대단한 물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다.

이 책도 저자의 전작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와 <노는 만큼 성공한다> 만큼이나 술술 읽힌다. 특유의 통쾌한 입담과 예리한 통찰은 많은 부분 공감을 이끌어낸다. 자신의 물건 ‘만년필’에 대한 이야기와 틈틈이 들려주는 그의 'B&G 뻥&구라‘도 밉지 않고 유쾌하다.

이제 자신을 기쁘고 행복하게 해주는 특별한 물건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이야기할 때이다. 불안하고 힘든 시기에 자신을 찾는 방법을 알 수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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