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NYT 선정 `올해의 책`
<해변의 카프카> NYT 선정 `올해의 책`
  • 북데일리
  • 승인 2005.12.1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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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문학사상사. 2003)가 2005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10권 중 하나로 선정됐다. 번역서라는 사실과 동양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 받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가리켜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라고 말했으며 “해변의 카프카는 그의 명성을 훌륭히 입증한 작품이다. 그는 톰 로빈스보다 더 심각하고 토머스 핀쳔보다는 덜 농후하다. 이 두 작가처럼 하루키는 하위문화와 상위문화를 적절히 조합시킨다. 그의 등장인물들은 구로사와나 트뤼포의 영화 속 인물을 닮았으며 플라톤과 소포클레스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드러난다. 소설의 제목은 ‘프란츠 카프카’를 의미 한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일본 내에서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는 전작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시도된 교차적 형식과 내면세계의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열다섯 살 소년과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노인을 주축으로 하는 소설 전면에 흐르는 오이디푸스 신화와 플라톤의 철학은 다소 난해하지만 이를 판타지, 초능력, 4차원의 세계 등 흥미로운 아이콘들을 이용해 박진감 넘치게 끌고 가는 작가의 필력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소설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새로운 ‘형식’이다. 기존 소설들이 시간과, 사건의 연차적 흐름에 의한 구성이었다면 이 소설은 각 장의 사건들이 특별한 연계성 없이 ‘교차’ 적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형식을 띤다.

이는 최근 개봉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감독을 맡은 찰리 카우프만의 작품이나 올해 발표된 은희경의 소설 <비밀과 거짓말> 등에서 쓰인 새로운 형식이다. 전 단계를 되짚거나 메모를 하며 읽거나 봐야 하는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영화와 음악, 소설과 연극의 경계가 무너져가는 21세기형 ‘혼합장르’의 다양한 국면들로 해석된다.

최근 10년을 전후해 번역서가 뉴욕타임즈의 올해의 책에 선정된 사례는 2003년 콜롬비아 출신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자서전 1권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사는 것(Living to Tell the Tale)’이 유일하다.

동양 작가의 중국 작가 하진(哈金)의 ‘전쟁 쓰레기(War Trash)’가 올해의 책에 든 적이 있지만 영어로 쓰인 작품이라 ‘번역서’로서 ‘동양작가’의 작품이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하루키 문학의 힘을 실감케 한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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