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이른바 ‘매값 폭행 사건’ 으로 일파만파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최철원씨 폭행사건이 LA타임스 세계면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나라 망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참담함을 넘어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벌천국 대한민국에서 빈 몸으로 태어난 대부분의 서민, 노동자들은 과연 온전히 국민으로서 대접받고 있는가? 돈만 있으면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르고도 면죄부를 받고 버젓이 활개치고 다닐 수 있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런 속 답답한 뉴스를 접하고 있는 때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들려온 드라마 같은 경영실화 이야기는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이나모리 가즈오 도전자>(2010, 서돌)는 바로 19명의 직원만으로 32만 명의 거대기업에 맞서 승리한 ‘제2전전’의 CEO, 이나모리 가즈오씨에 대한 이야기다. 그가 상대해야 했던 거대기업은 무려 100년 동안 일본 전기통신사업 시장을 독점해 왔던 일본전신전화공사(일명 전전공사, 현 NTT).
일본 전기통신 업계가 자유화 민영화의 바람을 타고 개혁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 때 당시 현존하던 일본 대기업들도 감히 일본전신전화공사에 맞설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었다. 개방된 시장에서 거대기업의 독점체제가 한동안 지속되며 시장을 무혈점령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전전공사는 1868년부터 100년 이상 일본의 전기통신 그 자체였다. 전전공사는 총자산 10조엔, 직원32만 명의 일본 최대기업이었다. 더구나 전전공사는 일본의 전신 전화를 독점해 전기통신에 관한 거의 모든 기술을 손안에 쥐고 있었다. (중략) 대기업 경영자들 중 그 일에 뛰어들 만큼 용감한 사람은 없었다.” P15
그런데 이 일을 한 평범한 벤처기업 경영자가 해 낼 줄이야. 그야말로 돈만 가진 거대 독점 기업을 상대하여 얻은 서민의 고귀한 승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승리의 대가는 무엇이었을까? 그 혜택은 고스란히 일본 서민들에게로 돌아갔다.
“제2전전이 일으킨 자유경쟁 체제로 전화요금은 전전공사가 독점하던 때보다 크게 하락했다. 그 덕분에 전기통신 시장의 규모는 전전공사가 독점하던 때의 5조엔 초반에서 15조 엔으로 세 배 이상 커졌다. 게다가 제2전전이 처음으로 참가하겠다고 이름을 내걸었던 휴대전화는 그 후 일본 국민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경제활동을 한순간에 바꾸었다. 그 결과 지금은 휴대전화가 없으면 단 하루도 생활할 수 없게 되었다. 전화요금을 낮추고 싶다는 한 경영자의 순수한 열정에서 시작한 영세한 전화회사는 세상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오늘날과 같은 고도정보화사회를 창조했다.” P288
이 책을 읽고 난 뒤,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내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매월 꼬박꼬박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통신료가 왠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며 씁쓸해온다. 서민천국 대한민국을 꿈꾸는 몽상가의 소원은 언제 이루어질 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