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칸이 `천년의 인물`로 뽑힌 이유
칭기스칸이 `천년의 인물`로 뽑힌 이유
  • 북데일리
  • 승인 2005.12.0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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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천년 동안의 가장 중요한 인물은 누구일까. 1999년 세기말을 지나고 2000년을 훌쩍 넘긴 요즘, 그 주인공을 칭기스칸이라고 말한다면, 많은 이들은 아마도 적잖은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몽골 출신의 정복자라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만으로 지난 천년의 영광을 드리고, 경배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과연 우리의 지식이 적은 걸까. 아니면 우리의 선입견이 너무 편향적인 걸까.

워싱턴 포스트는 칭기스칸을 `천년의 인물`로 선정했다. 루터에서 다빈치, 잔다르크, 뉴튼, 다윈에 이르는 즐비한 후보들을 제치고... 그 배경은 이렇다.

"지난 1000년간의 (지구 역사의) 큰 줄기는 단일 종인 인간이 지구를 향해 그들의 의지를 발휘한 것이다. (중략) 1000년 전에는 지구상에 단 3억명 밖에 살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은 우리가 누구이고 우리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는 차지하고, 자신이 어디쯤에 살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오늘의 세계는 매우 작다. 지난 1000년 동안 지구가 축소됐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이러났는가? 어떻게 인구 3억 명이 60억명으로 불어날 수 있었단 말인가."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1000년 전 지구를 지배하는 문명은 스페인에서 인도까지 퍼진 이슬람 문명과 가장 선진화된 중국 문명 뿐이었다. 반면 기독교 문명의 유럽은 후진국이었고, 로마제국은 가난뱅이의 천국이었다. 이 1000년 전에는 아무도 유럽의 기독교인이 이 지구를 식민화해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모든 상황을 뒤흔든 것이 바로 새로운 제국의 출현이었고, 그것이 바로 칭기스칸의 몽골제국이었다. 역사는 짧았지만 세상을 바꿔놓았다. 바로 이 점이 워싱턴 포스트가 위대한 사상가나 해방가를 뽑지 않고, `깡패` 혹은 깡패에 가까운 칭기스칸을 `천년의 인물`로 선택한 이유다.

<밀레니엄맨 칭기스칸>(꿈엔들. 2005)은 바로 베일에 쌓인 칭기스칸의 진면목을 벗겨낸 책이다. 기자출신인 저자 김종래는 칭기스칸에게 단순한 정복자 이 외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 `근거` 중 핵심은 `수평적 마인드`다. 저자는 역사는 정착민의 수직적 마인드와 이동해 다니는 유목민의 수평적 마인드가 충돌해 온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어 후자를 거의 완벽하게 구현한 인물이 바로 칭기스칸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데 두 패러다임의 차이는 이렇다.

수직 마인드에선 상명하복이 규칙이고, 권위적인 사회다. 반면 수평적인 마인드에선 자유로운 토론과 창의적인 사회가 형성된다. 전자가 배타적 이기주의나 혈통주의에 근간을 두는 데 ㅣ비해, 후자는 구성원 사이의 협동과 이민족에 대한 호의를 배경으로 한다.

칭기스칸이 수많은 전투 속에서 실제 행했던 일 중엔 오늘날에도 유용할 철학이 많다. 칭기스칸은 점령한 도시의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으나, 기술자만은 죽이지 않았다. 이른바 `테크노 헤게모니`의 믿음이다.

다음은 국가 리엔지니어링. 칭기스칸은 구시대 구질서인 씨족제를 해체하고, 독특한 국가 조직을 만들었다. 바로 십진법에 따른 십호, 백호, 천호, 만호제였다.

열 명에 우두머리 하나, 백명에 리더를 하나씩 두는 이 방식은 당시로선 놀라운 효율성을 가져왔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여기에 워싱턴 포스트의 다음과 같은 평가가 더해진다.

"칭기스칸과 그 후예는 유라시아 대륙에 광대한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어냈다. 일종의 중세의 GATT다. 그들은 인터넷이 발명되기 이미 7세기 전에 전 세계적 커뮤니케이션을 개척했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칭기스칸이 전하는 가상의 편지를 통해 꿈과 희망을 갖길 기원했다.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거라. 난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고향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난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다. 작은 나라에 태어났다고 좌절하지 말라. 내가 세계를 정복하는 데 동원한 몽골인은 병사로선 10만, 백성들로는 2백만도 되지 않았다."

바로 이런 점이 몽골 족과 동일한 우랄알타이어족인 우리 젊은이들에게 칭기스칸이 남다른 교훈을 준다는 게 저자의 조언이다. 칭기스칸의 드라마틱한 일생과 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이 책은 `태풍`같은 칭기스칸의 삶만큼이나 흥미롭다.

(사진 = KBS1 드라마 `칭기즈칸` 스틸컷. KBS 제공) [북데일리 제성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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