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저 여인에게 무슨 일이?
'어젯밤' 저 여인에게 무슨 일이?
  • 서유경 시민기자
  • 승인 2010.05.12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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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그린 욕망...한국에 처음 소개된 제임스 설터


[북데일리] 매력적이며 몽환적인 여인의 뒤태, 에드워드 호퍼를 떠올리는 <어젯밤>(마음산책, 2010)은 표지부터 비밀스럽다. 제임스 설터의 <어젯밤>은 한국에 처음 번역된 소설이다. 1925년생으로 2010년 현재 한국 나이로 86세의 고령이니 대가일게 분명했다. 처음으로 선택된 소설이라니 기대가 크다.

표제작인 <어젯밤>을 제일 먼저 읽었다. 암에 걸린 아내는 아름다운 죽음을 원한다. 남편은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고, 안락사에 동의한다. 두렵고 떨리는 순간, 가족도 지인도 아닌, 그저 아는 사람을 손님으로 초대한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최고의 식사를 마치고 죽음을 실천한다. 아내의 팔에 주사를 놓고 남편은 손님과 사랑은 나눈다. 손님은 바로, 남편의 내연녀였다. 세상에나, 이런 일이. 그러나 놀랄 일은 이제 부터. 은밀한 밤이 지난 다음, 아내가 잠에서 깬다. 자, 어떨까?  제임스 설터는 이렇게 모두의 허를 찌른다.

<어젯밤>을 시작으로 인상적인 단편은 <포기>, <귀고리>, <플라자 호텔>, <혜성>, <뉴욕의 밤>순이다. 자신의 생일날 한 집에 사는 시인과 남편의 관계를 알게 되는 아내,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결혼생활에 정답이 있을까 묻는 <포기>는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이런 문장은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그런 얘기를 가끔 했다.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도 바꿀 수 없는가에 대해서. 사람들은 언제나 뭔가, 말하자면 어떤 경험이나 책이나 어떤 인물이 그들을 완전히 바꾸어놨다고들 하지만, 그들이 그 전에 어땠는지 알고 있다면 사실 별로 바뀐 게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p 99

<귀고리>의 주인공은 성공한  50대 남자,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재혼한 아내와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아내를 배신하고 정부와 사랑에 빠진다. 위험한 사랑은 오래가지 않았다. 설령 남자에겐 그것이 사랑이었다 해도 젊은 정부에겐 잠깐의 쾌락일뿐. 아내의 귀고리를 하고 파티에 등장한 정부는 장인과도 아는 사이였다.  모든 게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부와 권력을 가진 어리석은 욕망에 빠진 남자들의 모습을 상상하자니, 통쾌한 웃음을 감출 수 없다.

남편이 바람핀 사실에 슬퍼하는 한 여자와, 그 이야기를 들으며 과거 비슷한 욕망을 떠올리는 여자의 이야기<혜성>, <뉴욕의 밤>은 다른 단편에 비하면 지극히 평범하다. 세 명의 여자 친구들이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 둘은 이혼을 했고, 성에 적극적이며 자유롭다. 나머지 한 명은 연애도 사랑도 경험이 없다. 욕망을 따르는 삶과 절제의 삶을 우리의 일상에 대입시켜도 좋을 단편이다.   

제임스 설터의 문장은 간결하고, 솔직했다. 매끄럽고 거침없는 표현으로 솔직한 욕망을 드러낸다. 남녀 간의 사랑, 집착, 배신, 진부한 소재를 고급스럽게 그려냈으나, 특별하다. 그가 그린 욕망의 끝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 독자를 놀래킨다. 그 놀라움이 매력적이다.

단편 속 인물들은 모두 여유롭고, 화려하다. 하여, 사랑에 대한 욕망뿐,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 대한 안타까움에 연민을 느낀다. 때문에 내게는 해가 지는 저녁에 슬그머니 스며드는 슬픔이 밀려왔다.

제임스 설터는 ‘이야기의 탄생에 대하여’란 제목으로 어떻게 소재를 얻었는지, 얼마의 시간이 걸렸는지 친절하게 이야기 한다. 소설을 먼저 읽고 이 글을 읽었지만, 반대의 경우라도 좋을 것이다. 강결한 느낌의 단편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어젯밤>은 신선함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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