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재의 여세추이(與世推移)] 당신의 한가위는 어떠셨습니까?
[지승재의 여세추이(與世推移)] 당신의 한가위는 어떠셨습니까?
  • 사회문화평론가
  • 승인 2017.10.0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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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한가위. 2017년 추석은 최장 10일의 황금연휴를 자랑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하지만 이런 황금연휴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편치 않은 이들이 많다. 친척들로부터 안부 인사와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비수처럼 날아와 꽂히는 말들이 두렵기 때문이다.

비단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이나 취업 준비생·공무원 시험 준비생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다. 아직 결혼 하지 못한 직장인들이나 결혼을 했더라도 들어야 할 수많은 ‘잔소리’와 ‘오지랖’으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은 매한가지다.

특히, 전통사회와 달리 개인주의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일가친척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명절이 즐거움 대신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과거 명절 차례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던 ‘명절증후군’과는 다른 양상의 ‘명절증후군’이 생긴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안부 인사와 걱정을 가장한 ‘잔소리’와 오지랖‘은 당사자에게 쉽게 잊히지 않는 상처를 입힌다는 것이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만난 친척이 건네는 말에 악의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예민한 문제를 거론하며 툭툭 던지는 질문은 듣는 이의 마음에 아물지 않는 상흔을 남긴다.

물론 명절에 만나는 친척들에게도 변명의 이유가 있다. 일 년에 고작 몇 번의 명절과 가족 행사에만 얼굴을 마주치는 친척 간에 공유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말없이 시간을 보낼 수는 없기에, 듣는 이의 나이와 연령대를 고려해 보편적인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른바 ‘명절 질문 에티켓’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일부 중·장년층은 이러한 세태가 불만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명절에 일가친척들이 모이면 집안 어른들이 일상적으로 물어봤던 회사와 결혼에 대한 질문들을 관심으로 인식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그러한 질문들이 지나친 간섭으로 치부되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다.

오랜 시간 얼굴을 못 보던 친척들을 만나 즐겁게 지내야 할 할 명절은 결국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건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앙금만 남기는 시간으로 변하게 됐다. 명절임에도 고향에 가지 않고 혼자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이 증가하는 추세 또한 명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명절에 친지들과 만나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라리 회사에서 근무하겠다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또한 옅어지는 가족 관념을 방증하고 있다. 대가족 중심의 농업사회에서 핵가족 중심의 현대사회로 바뀌면서 명절 문화가 변하는 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새로운 명절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으로 남게 된다.

고속도로가 붐비는 명절 전후를 피해 미리 친척들끼리 만나 식사자리를 가지고, 명절에는 가족들끼리 편안한 연휴를 보내는 모습 또한 변화하는 명절의 새로운 풍습으로 자리매김 했다. 거기에 가족끼리 호텔에 머물며 나들이를 즐기는 이른바 ‘호캉스’는 여행·호텔업계의 특수를 불러오며 내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중 매체에서는 이번 추석을 맞아 ‘명절증후군’에 대한 피상적인 문제의식 제기와 더불어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부간 혹은 부부간에 배려와 이해를 권유하거나, ‘잔소리’나 ‘오지랖’으로 들리기 쉬운 말 대신 진심을 담아 건네는 위로와 덕담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국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명절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명절증후군’은 해결되기 어려운 숙제로 남게 될 것이다.

 

* 사진 출처=천재학습백과(上), SBS(中), YTN(下)

[칼럼니스트 지승재 : 사회문화평론가 / Newswiz 컨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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