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돌보기 50년' 가슴시린 사연
'입양아 돌보기 50년' 가슴시린 사연
  • 박영식 시민기자
  • 승인 2009.11.30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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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의료 일기

[북데일리]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엔 '장애아'인 듯한 아이를 부유한 집앞에 버려지는 장면이 나온다. 운좋게 그 아이는 살아 남으면서 특별한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선 행운이 항상 따르지만 않는다.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삼성출판사, 2009)는 버려지는 아이들이나 친모가 육아를 할 수 없는 아이들을 다른 가정으로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이야기를 다뤘다. 조 원장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김태희'씨다. 거쳐간 아이들 중에 '태희'란 이름을 가진 아이가 유독 많다.

[성은 당시 병원장의 것을 따르고, 가나다 순서로 이름 첫자를 붙인 다음 둘째 자는 여자아이면 '순', 남자아이면 '석', 하는 식으로 붙여 '가순이', '나석이' 등으로 부르곤 했다. 그러나 이 아이에게만큼은 왜지 그런 이름을 붙여주고 싶지 않았다. ~중략~ 나는 '태를 달고 온 여자아이'라는 뜻에서 아이 이름을 '태희'라고 붙여주었다. 한자로는 '클 태(泰)'자에 '밝은 희(熙)'자를 쓰기로 했다.] p130~p131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홀트아동복지회 광고를 한 두번 정도 봤을 거라 생각한다. 이 단체는 아이들을 '수출'하는 대한민국의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요즘에야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의료기술이 발달하여 신생아의 생존률이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기형이나 장애를 갖고 태어나거나 부모에 의해 버려져 빛을 본 후, 얼마되지 않아 죽는 아기도 적지않다. 출생률이 지속 감소하는 가운데, 아이들의 생존률까지도 위협받는 환경은 고령화 사회를 급속도로 야기하고 있다. 부모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버려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주머니 안에는 여자의 속바지가 들어 있었다. 아니, 속바지로 꽁꽁 싸놓은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속바지를 헤쳐보았다. 그 안에는 내 예상대로 피투성이 갓난아이가 있었다. 탯줄과 태반까지 그대로 달고 있는 상태였다. 아이도 아이지만 아마 산모도 몸이 성치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p129

조병국 원장은 아이들을 돌보면서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녀를 거쳐갔던 수많은 '태희'와 '분녀', 그리고 '가순이', '나석이' 들이 잘 되어 찾아오는 경우는 극히 일부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입양되서, 자란 아이가 훌륭한 성인으로 돌아올 땐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태희'라고 이름 지어주었던 그 많은 아이는 지금쯤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환희 웃고 있는 저 TV 속 김태희처럼 어떤 태희는 발게 웃고 있겠지. 저렇게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 소식을 알 길 없는 많은 태희의 안부를 탤런트 김태희가 대신 전해 주기라도 하는 듯 오늘도 나는 어여쁜 그녀의 미소에 채널을 고정한다.] p139

실제로 장애아가 세상에 태어나 성인이 되는 과정은 너무도 힘겹다. 책은 이 추운 겨울을 데워줄 감동을 전해준다. '내가 사는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간절이 바라던 내일'이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자신의 삶이 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살아야겠다.

['버려진 아이'와 '발견된 아이', 그 차이는 엄청나다. '버려진 아이'는 슬프지만 '발견된 아이'는 희망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입양 서류에 'OO에 버려졌음' 이라 쓰지 않고 'OO에서 발견되었음'이라 쓴다.] p140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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