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사랑하지만 못생겼기 때문에..."
"널 사랑하지만 못생겼기 때문에..."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8.03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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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추함의 이율배반적 관계..."씁쓸한 공감"

[북데일리] 남자에게 있어서 사회적 지위와 재산은 좋은 여성을 만나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법칙이다. 그렇다면 여자 입장에서는 좋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당연히 젊음과 아름다움이다. 이 조건은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다. 여성은 미모 하나만으로도 신데렐라가 될 수 있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어떤 권력보다 강하다.

짝 찾기에 관한 세상 법칙은 남자가 가지고 있는 자원과 여성의 아름다움을 교환하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 없는 법칙은 없는 법. 신간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예담.2009년)는 이 예외를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가 박민규는 독특한 스타일의 저자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보여준 마이너리티의 세상은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었다. 그가 이번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파격적인 내용을 들려주고 있다.

책의 제목과 책 표지 그림이 독특하다. 책 제목과 표지 그림이 책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책의 표지 그림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Las Meninas)’이다. 그림 가운데는 스페인의 마르가리타 공주가 있고, 주변에는 공주 시중들고 있는 시녀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림의 우측 하단에는 개가 앉아 있고 그 뒤에는 추녀가 서있다. 얼굴과 몸의 균형이 잘 맞지 않는 느낌이 들 정도다. 팔과 다리가 짧아 보이는 모습은 아마도 난쟁이가 아니가 하고 생각이 든다.
책의 제목은 작곡가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따왔다. 라벨이 이 곡을 작곡할 때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말이 있기도 하다.
이 책의 화자인 나는  20살 생일에 여자 주인공으로부터 이 곡이 담겨진 LP판을 선물로 받는다. 그의 아버지는 뒤늦게 유명배우가 된 잘 생긴 남자였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닮아서 잘 생겼다. 그러나 못생긴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헌신만 하다가 아버지가 유명해지자 버림을 받는다. 주인공은 못생긴 여자의 비극을 어머니를 통해서 깨닫는다.

백화점 주차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주인공은 그곳에서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로 못 생긴 여자를 만난다. 그는 여자에게 따스한 손을 내민다. 여자 입장에서는 난생처음 남자로부터 따듯한 관심을 받는다. 남자의 이런 행동이 진심일까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만 일관된 남자의 행동에 그녀는 감동하고 만다.

책의 내용은 ‘과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하고 의문이 들 정도로 잘 생긴 남자와 아주 못생긴 여자의 열애 장면이 펼쳐진다. 그러나 좋은 일에는 마(魔)가 낀다고 했던가? 여자는 그를 떠나고, 그녀를 잊지 못하는 남자에게 사고가 발생한다. 긴 세월이 흐르고 그는 그녀를 찾고 싶어 한다. 이어 그녀가 멀리 독일에서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그녀를 만나러 그곳으로 떠난다.

책에는 자신이 세상에서 버림받은 듯이 느끼는 여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독자들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슴이 저려오고, 또 그녀에게 미안한 감정도 생기리라. 이 세상은 아름다운 여자에게만 기회와 찬사가 주어지고 못 생긴 여자 비웃음의 대상이 되어야만 할까? 외모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이 세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 박민규는 우리가 ‘외모 지상주의’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듯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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