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한 한비야 '사랑스런 변신'
화장한 한비야 '사랑스런 변신'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9.08.03 01: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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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새롭게" 또다른 도전... 24권 추천 책도 눈길

 

[북데일리]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가 나온 지 4년. 기다리던 한비야의 신간이 나왔다. <그건, 사랑이었네>(푸른숲.2009년)가 그것이다. 제목이 말랑말랑하다. 표지 사진에 보이는 한비야의 모습 역시 달라졌다. 오지 여행가나 긴급구호팀장으로서의 강인한 모습 대신 여성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그녀도 여성스러울 수 있다! 

한비야. 우리는 그 이름 뒤로 제일 먼저 ‘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유명해진 이유가 여행으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히스토리를 잠깐 보자. 여행가가 되기 전 그녀는 다국적 기업의 인정받는 직원이었다.  어느 날 여행을 위해 좋은 직업을 가볍게 그만뒀다. 책을 쓰고 여행가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다 돌연 중국으로 갔다.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한편으로 세계적인 구호단체 월드 비전의 일원이 됐다.  

이력에서 보듯, 그녀는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항상 새로운 세계를 추구해왔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멋지게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갔다. 이번 책은 또다른 변신이다. 그럼 대체 이번엔 어떻게 변했을까? 들어가는 글에 보면 저자의 설명이 눈에 띈다. “그동안 묵혀두었던 속마음을 더 이상 참고만 있을 수 없어서다. 여러분은 이 책에서 그간 볼 수 없었던 나의 맨얼굴을 만나게 될 것이다.”(8쪽)  그녀는 자신의 여성스러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한비야는 월드비전 친선 대사인 탤런트 김혜자 씨와 함께 4년 전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에 갔다. 40시간이 넘는 비행에 녹초가 되었다.  그곳에 도착한 당일 시에라리온의 정부 관리들과 만날 약속이 있었다. 피곤도 하련만 김혜자 씨는 샤워를 한 후 하얀 원피스를 곱게 차려 입고 은은한 장미향이 나는 향수까지 뿌리고 나타났다.  그러나 한비야는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그녀에게 김혜자 씨는 이렇게 말했다.

“전하는 얘기가 힘들고 어려울수록 전달하는 사람은 매력적이어야 해요. 도와달라고 말하는 사람이 매력적이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절대 잊지 말아야 해요.”(44쪽)

김혜자씨는 심리학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김 씨는 한마디 더 했다. “얼굴은 매력적일수록 좋아요. 여성의 매력을 그런 데 쓰는 건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비야 씨는 이미 충분히 여자답고 매력적인데도 의도적으로 그걸 감추는 것 같아요. 나는 그게 늘 안타까워요. 조금만 멋을 부리면 얼마나 좋을까?”(45쪽)

드디어 한비야는 ‘여전사’에서 ‘여인’으로 변신을 이뤘다. 책에 따르면 대학시절 캠퍼스 커플로 만나다가 헤어졌던 사람을 20여년 만에 만난 장면에서 그녀는 성숙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낸다. 또 자신의 힘든 생활을 신앙으로 위로받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풀어나갔다.

이 책에선 또하나의 눈길끄는 부분이 있다. 한비야 추천 책이다. 그녀는 24권의 책을 독자들에게 권하고 있다. 먼저 구호 개발 분야에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빈곤의 종말>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교양서적으로는 <내 영혼이 따듯했던 날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장미의 이름>이, 고전 분야엔 <데미안>, <그리스인 조르바>, <열하일기>가 리스트에 올랐다. 특히 종교영성 분야에는 불교와 이슬람 서적을 넣었다. 참고로 그녀는 가톨릭 신자다.

다시 말하거니와 그녀는 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오랜 기간 몸담아 왔던 월드비전을 떠난다. 그녀의 특기가 자리를 잡으면 떠나는 것 아니던가. 올 9월엔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터프츠 대학교, 인도적 지원에 관한 석사 과정이다.  그곳을 졸업한 후엔 어떤 모습을 나타날까. 유학 후 그녀의 변신이 기대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혹시 더욱 여성스러워지지 않을까? 그녀는 나이를 먹으면서 더 매력적인 여성으로 탈바꿈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그런 한비야가 부럽다. (사진제공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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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식 시민기자 2009-09-03 09:50:04
책의 끝까지 집중하게 하는 명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