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주목받는 `돈 안밝히는 설경구`
본의 아니게 주목받는 `돈 안밝히는 설경구`
  • 북데일리
  • 승인 2005.06.30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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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한 이른바 `돈 밝히는 배우들` 발언으로 파장을 낳았던 강우석 감독이 29일 최민식과 송강호에게 이메일로 사과의 뜻을 밝혀 양측은 화해국면을 맞게 됐다.

하지만 한국 영화제작 시스템의 전반적인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제작사와 대형 매니지먼트사의 갈등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보여 합리적인 대안마련이 시급할 실정이다.

강 감독의 사과는 두 인기 배우에 대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인간적인 배려였을 뿐 영화 산업에서 제작과 매니지먼트 사이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그 상처를 봉합하기에는 너무 개인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파문으로 배우 설경구가 `본의 아니게` 영화계와 팬들에게 `돈 안밝히는 배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지난 23일 밤 주요언론사 기자들과 만난 강 감독은 실명을 거론하며 "소위 연기파 빅3 (최민식, 설경구, 송강호) 중 설경구 정도가 유일하게 지분을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설경구가 지분요구를 했다는 소문에 전화로 직접 확인해 보니 아니라는 대답과 함께 며칠 뒤 문자메시지에는 `그런 말이 돌았다는 것 자체가 세상을 잘 못 산 거 같다`는 내용이 도착했다"고 밝혔다.

강 감독은 최민식, 송강호와 달리 설경구와는 이미 흥행작 `실미도` `공공의 적`에서 감독과 배우로 손발을 맞춘 일이 있었다.

강감독의 발언에 발끈한 최민식과 송강호가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공식사과를 요구하는 사이 설경구는 이미 지난 9일 촬영을 시작한 차기작 `사랑을 놓치다`(감독 추창민)에서 송윤아와 함께 애틋한 멜로연기를 펼치고 있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 이은 설경구의 두번째 멜로물인 이 영화 역시 제작과 배급을 강 감독이 대주주인 시네마서비스가 맡았다.

지난 3월 설경구는 영화 전문지 스크린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있는 배우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크린이 흥행 성적과 국내 외 영화제 수상실적, 해외 지명도, CF 파워, 개런티 수준 등 다양한 요소들에 가중치를 부여해 종합적인 영향력을 평가한 결과였다.

이와 더불어 그의 인간적인 면도 다시 부각되고 있는데 화제작 `박하사탕`과 `오아시스`에 함께 출연했던 문소리는 마초기질의 설경구가 스태프들과 친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욕을 한다고 `폭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아시스`에서 장애인 연기로 온 몸이 마비되는 증세까지 나타나 탈진하게 된 문소리와 베드신을 찍던 설경구는 "야, 이년아. 나도 힘들어"라고 독려했단다.

설경구를 가르친 최형인(56) 한양대 교수(연극영화과)는 지난해 9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설경구에 대한 평가를 욕 잘하는 `설경구식`으로 추켜세웠다.

최 교수는 "복잡한 상황 연출을 잘해 연출가가 될 줄 알았는데 그 `병신`이 그렇게 유명해 질줄 몰랐다"며 "경구는 오버 안하고 심플하면서 파워있는 연기를 하는 가장 배우같이 생긴 배우"라고 제자를 회고했다.

5년 동안 `씨네21` 기자를 지내고 현재 뉴욕통신원으로 있는 백은하씨는 20명의 배우와 가졌던 밀착 인터뷰를 모아 펴낸 책 `우리시대 한국배우`(2004. 해나무)에서 설경구에 대해 "한 번 보면 무섭고, 두 번 보면 재밌고, 세 번 보는 정드는 남자"라고 소개했다.

한편, 남이 미처 보지 못한 특징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관찰력과 세련된 문장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백은하씨는 이 책에서 설경구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른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운 제목을 달아 눈길을 끌고 있다.

최민식 - 눈물을 품은 화염방사기

전도연 - 중증 영화 연애중독자

송강호 - 빙점을 향해 가는 장거리주자

문소리 - 문소리의 재구성

김혜수 - 익숙한 몸, 낯선 목소리

신하균 - 속, 깊은 미궁

박해일 - 선과 악, 추억과 미래의 얼굴

고두심 - 어망 어망 어디로 감수광?

장동건 - 베스트셀런지는 알았지만 스테디셀러까지는 짐작하지 못했던 어떤 추리소설

이나영 - 자폐 소녀, 세상을 아는 여자

유지태 - 그림자를 지운 사나이

김호정 - 김호정이라 다행이야

배용준 - 천재 과학자의 완벽한 피조물

윤여정 - 아, 세상에 하나뿐인 저 목소리

류승범 - 류승범씨는 유쾌하기도 하지

배두나 - 복사할 수 없는 파일

주 현 - 모사는 가라. 진짜 이빨이 나가신다

강혜정 - 반짝이는 소년, 소녀 혹은 … …

조승우 - 끝없는 물줄기가 파도를 덮친다

[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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