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365-27]'뱀 꿈'에서 얻은 놀라운 영감
[책읽기365-27]'뱀 꿈'에서 얻은 놀라운 영감
  • 김지우기자
  • 승인 2009.03.04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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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 42개 과학사 토픽 쉽게 해설

[북데일리] <슈뢰딩거의 고양이>(들녘. 2009)라는 과학서의 성찬은 ‘케플러의 난제’로 간을 봐야 한다. 케플러는 ‘행성의 궤도는 타원형’임을 밝힌 유명한 천문학자다. 케플러의 난제는 다른 말로 하면 케플러의 고민이다. 과학자는 늘 현상으로부터 새로운 무언가를 인식하거나 발견하거나 고안해낸다. 그러나 그 통찰의 결과물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일은 매번 어렵다. 심하게 이야기 하면 과학적 발견이 난제가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일이 난제인 것이다. 바로 이를 케플러의 난제라고 한다.

이것은 과학자뿐만 아니라, 전문지식을 전달하려는 누구에게나 부딪히는 고민이다. 이 책의 저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특정한 물음이나 성찰에 대한 명제들을 그것을 최초로 던진 인물과 직접 연결시켜 이야기하는 방식‘을 떠올렸다. 다시 말해 일상과 동떨어진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설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처음 생각해낸 과학자들 곁으로 보다 가까이 다가갈 때 쉽게 풀릴 수 있다고 봤다. 이것이 저자가 찾은 ’케플러의 난제‘에 대한 해법이다.

 저자는 과학사를 두루 살펴본 뒤, 42개의 토픽을 찾아냈다. 이 책의 제목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 ‘아인슈타인의 유령’ ‘호킹의 복사’ ‘뉴턴의 양동이’ ‘뷔리당의 당나귀’ ‘스노의 문화’까지.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아포리즘’이라 한다. 체험과 깨달음을 통해 얻은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기록한 내용을 의미한다.

 책은 과학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과학자와 그가 다룬 명제 혹은 대표적 가설이나 이론을 흥미롭게 서술하고 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이나 ‘뢴트겐의 광선’ ‘파블로프의 반사’ ‘로렌츠의 각인’과 같은 익숙한 단어와 반갑게 마주하는가 하면, 이 책의 제목 ‘슈뢰딩거의 고양이’ 나 ‘델브뤼크의 너저분함’처럼 어렵고 낯선 용어에 골머리를 앓게 된다.

 책에 따르면 뉴턴은 양동이에 물을 가득 넣고 허공에 돌려봄으로써 우주의 원리를 밝히려 했다.

 [‘양동이 속에서 혼자 돌고 있는 물은 도대체 무엇을 상대로 운동하는 걸까.’ 뉴턴을 그의 작은 실험실에서 벗어나 우주적 차원의 사고실험으로 나가도록 이끈 것은 이러한 의문을 명확히 밝히려는 집념 때문이다. 뉴턴은 양동이가 우주의 어느 깊숙한 곳에서 물과 함께 회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p147

 책은 독자를 신기하고, 감동적이며, 때론 끔찍한 세계로 안내한다. '푸앙카레의 추측'이란 장에선 감동과 만날 수 있다. 책이 소개하는 일화.

 스웨덴 국왕 오스카 2세는 1885년 태양계의 안정성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상금을 내걸었다. 푸앙카레는 두 행성 중 하나의 운동이 불안정해져서 궤도를 이탈하게 될 확률이 가장 높아지는 경우는 공전주기의 비가 유리수일 때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럼으로써 상을 탔다.

 이후 수학자들은 행성궤도의 안정성을 위한 조건을 찾아냈다. 바로 두 행성의 공전주기가 ‘황금분할’과 일치할 때였다. 황금분할에 맞추어진 행성궤도가 혜성 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가장 큰 안정성을 보였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우리의 안전이 아름다움을 통해 확보되었다"라고 감탄했다.

 무질서 속에서 질서정연하게 작동되는 우리 우주의 비밀은 미의 극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우주 비밀이 실제로 가장 아름답다는 수학적인 황금비율로 입증됐다. 그러니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황금분할은 가장 아름다운 비례로 알려져 있다. 황금분할은 하나의 선이 점을 통해 둘로 나뉠 때, 짧은 쪽과 긴 쪽의 비율이 긴 쪽과 전체와의 비율과 똑같을 때 이뤄진다. 황금비율의 대표적인 건축물론 타지마할이 있다. 참고로 프랑스의 수학자 푸앙카레는 20세기 초만 해도 아인슈타인보다 더 '신뢰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벤젠의 분자구조는 케큘레에 의해 밝혀졌다. 희한하게도 케쿨레는 꿈에서 영감을 받았다.

 "원자들이 다시 내 앞에서 너울거렸다. 작은 무리는 다소곳이 뒤편에 머물러 있다. (중략) 무리는 여러 겹으로 두텁게 결합된 채 기다랗게 줄지어 있었다. 모두 뱀처럼 꾸물거리며 기어 다녔다. 그런데 뱀들 중 한 마리가 자기 꼬리를 문 모습이 보였다. 뱀은 내 눈앞에서 어지럽게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벼락을 맞은 듯 꿈에서 깨어났다. 그리고는 그날 밤을 꼬박 새우며 가설을 완성했다." -케쿨레가 1890년에 밝힌 1865년의 꿈 내용

 꼬리 문 뱀을 보고 과학사의 큰 문제 하나를 해결했다는 사실은 과학사처럼 경이롭다. 그러나 과학적 인식은 오랜 사유를 통해 서서히 활동화 된 무의식이 마침내 활짝 열리는 순간 비로소 획득된다. 다시 말해 인식의 빛에 도달하려면 반드시 밤의 어둠을 통과해야 한다.

 책은 독자를 신기하고, 감동적이며, 때론 끔찍한 세계로 안내한다. 이중 '밀그램의 실험'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쇼킹 사건'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림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선량한 존재라고 믿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극악무도할 수 있음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1960년에 한 실험 제목은 '권위에 대한 복종심‘이었다.

 이 실험에는 각본을 아는 전문배우가 두 그룹에 참여했다. 하나는 교수. 하나는 학생. 이어 거리에서 실험대상자를 물색, 임의로 선택했다. 실험 내용은 이렇다. 교수가 실험대상자들에게 지시했다. 학습 성과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체벌(전기충격)을 가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사회적으로 대단한 파문을 일으킨 이 실험의 관전 포인트는 ‘교수의 높은 권위 앞에서, 실험 대상자들이 과연 체벌을 시키는 대로 하는냐‘ 였다. 실험 장소가 아닌, 일상에서 하면 잔인하고 정신 나간 짓으로 비난 받을 일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경악스러웠다.

실험대상자는 모두 권위에 굴복해, 학생을 잔인하게 고문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자유주의자나 사해평화주의자로 여기는 이들이 오히려 더 잔인하게 행동했다. 이것은 히틀러 치하에서 독일인이 한 잔혹한 행동을 해석할 수 있게 했다.

 책을 읽은 뒤 호기심이 충만해있다면 저자가 애써 마련한 선물을 제대로 받은 셈이다. 다음과 같은 이야길 들으면, 미국의 수학자 키스 데블린이 말했던 '오일러의 항등식'을 어찌 이해하고 싶지 않겠는가.

 "셰익스피어의 소네트가 사랑의 진정한 본질을 파악하게 해주고, 대가의 그림이 인간의 모습에 담긴 내면적 아름다움을 드러내주듯이, 오일러의 공식은 실존의 가장 깊은 곳으로 다다른다."

 이 책을 읽고 서평을 쓰려는 이들은 ‘케플러의 난제’를 실감할 것이다. 글로 독자에게 ‘이 책의 뛰어남‘을 전해야 하는 이들의 고민 역시 케플러와 다를 바 없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때 필요한 팁 하나. 쉬운 곳부터 골라 읽어라.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책을 다 이해하는 날이 오면 그만큼 자신이 성장했다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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