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365-24] 오드리 햅번은 '수상식 감사멘트'의 원조?
[책읽기365-24] 오드리 햅번은 '수상식 감사멘트'의 원조?
  • 김지우기자
  • 승인 2009.02.17 08: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워너비 오드리> "누구도 그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감독님께 감사드리구요. 함께 수고해주신 스탭 분들, 동료들, 그리고 작가님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또 저희 사장님과 실장님 옆에서 지켜봐주신 엄마, 아빠...."

[북데일리] [책속에 이런 일이?] 각종 시상식 때 지겹게 듣는 수상자들의 판박이 멘트다. 심지어 가장 최근의 모 영화제에선  한 여배우가 김실장, 박실장 하며 온갖 소속사 간부 이름을 입에 올려 눈총을 받았다.

그런데 사실 사려 깊은 이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모습이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다만, 모두 똑같은 멘트를, 모두 다 하니 그게 문제다. 차라리 은인 이름을 미리 받아 자막으로 내보내면 어떨까.

청순한 이미지를 앞세워 올드 팬들 가슴 속에 '만인의 연인'으로 남아있는 오드리 햅번. 알고보면 그녀 역시 시상식에서 감사의 멘트로 유명하다. 오드리가 매우 사려깊은 배우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신간 <워너비 오드리>(웅진윙스. 2009)에 따르면 그녀는 특히 상을 받거나 칭찬 받을 일이 있을 때면 단상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했다. 이쯤되면 시상식 수상멘트의 원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제나 함께 일한 전문가들 이야기를 했으며, 촬영장에선 다른 사람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는 이 분들 덕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함께 일한 감독님들이 지닌 공통점이 있다면, 그분들은 제가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셨고 동시에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해주셨다는 겁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큰 은혜를 입고 있습니다."

책은 "그 어떤 배우도, 감독도, 디자이너나 포토그래퍼, 혹은 조명감독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남에 대한 배려는 어머니의 교육이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오드리 어머니는 남에 대한 배려에 대해 좀 심하다고 할 정도로 딸을 가르쳤다.

"항상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너보다 더 중요하단다. 다른 사람에게 네 이야기를 많이 하지 말아라. 중요한 건 다른 사람들이다."

오드리는 "나는 어머니의 인생관을 물려받았다."며 "다른 사람이 우선이고 내가 그 다음이라는 고전적인 사고방식은 멋지다."라고 고마워했다.

책엔 오드리에 관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적잖다. 예컨대 그녀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케이스였다. 오드리는 "나는 살이 찌지 않는다. 나의 신진대사는 그렇게 되어 있다. 그냥 타고 났다."고 말한 적 있다. 다이어트가 화두가 되는 요즘 세태로 보면 가히 신의 축복인 셈이다.

<로마의 휴일>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되기 전까지. 그녀의 앞날은 그리 밝진 않았다. 발레를 하며 8년의 무명을 견뎠다.

"나는 무명이었고, 불안했고, 무경험이었으며, 깡말랐었다. 나는 아주 열심히 노력했다. 그 저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오드리는 열정적으로 일했다. 그녀를 훈련시킨 한 선생이 "나는 그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

책을 보면 오드리는 참 착하고 예쁜 여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아름다운 건 역시 배려가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런 배려가 훗날 유니세프와 같은 자선활동으로 그녀를 이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기품과 진실한 인간미, 그리고 따뜻한 마음은 젊은 날의 그녀보다 더 그녀를 아름답게 했다.

"나는 그녀의 영혼이 얼마나 깊은지, 그녀가 삶에 얼마나 충실한지 볼 기회가 있었다. 그녀가 발산하는 사랑은 한없이 깊은, 그런 것이었다." -해리 벨라폰테(가수-영화배우)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