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 서스펜스·메타포 담긴 경기도 화정시로의 초대
‘해빙’, 서스펜스·메타포 담긴 경기도 화정시로의 초대
  • 황미진 기자
  • 승인 2017.02.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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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해빙’은 메타포가 돋보이는 심리스릴러다. 특히 영화적 배경이 되는 도시를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녹여낸 것. 

 

영화 속 가상 도시는 어딘가 현존할 것 같은 모양새를 갖추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시그널’의 인주시 그리고 ‘아수라’의 안남시가 그랬다. ‘해빙’은 경기도 화정 신도시를 가상 도시로 설계했다.

 

‘해빙’에 등장하는 경기도 화정 신도시는 영화 속 제 4의 캐릭터라고 할만큼 많은 메시지를 은유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한국사회가 빠르게 산업화되면서 해결하지 않은 문제들을 신도시를 통해 회자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산업화만을 바라보고 문제들은 외면한 시선이 신도시 속에 담겨있는 것. 따라서 신도시는 허허벌판에 ‘경제의 산물’인 건물들이 올라선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이전의 모습들을 은폐해버리거나 외면해버린다.

 

‘해빙’의 이야기는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서스펜스를 다뤘다. 극을 이끌어가는 조진웅은 병원 도산 이후 선배 병원에 취직한 내과의 승훈 역을 맡아 사실적인 연기를 펼쳤다.

승훈은 극 초반 치매 아버지 정노인을 모시고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의 건물 원룸에 세 들어 살게 된다. 어느 날 병원에 수용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정노인이 살인고백을 하고, 승훈은 정노인과 성근 부자를 의심한다. 한동안 조했던 화정시에는 다시 살인사건이 시작되면서 승훈도 점점 숨겨진 공포에 직면하게 된다. 승훈의 감정을 쫓아가다 도시의 드러나는 비밀의 실체는 인간의 본질을 역설하고 있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수연 감독은 ‘해빙’을 통해 스릴러의 지평을 확장시켰다. 보통 스릴러는 범인이 사건을 일으키고 추적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기 마련이나 ‘해빙’은 무의식의 숨겨졌던 비밀들이 떠오르는 한 남자의 심리를 추적한다. 심리를 응용한 서스펜스는 높은 몰입감과 함께 극적인 흥미를 자아낸다.

 

또 이감독은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해빙’은 리얼함을 확보했다. ‘4월에 한강에 제일 많은 시체가 떠오른다면?’, ‘누군가 수면내시경 도중 고백하듯 살인을 털어놓는다면?’이라는 충분히 가능한 측면에서 상상력을 더했다. 여기에 조진웅과 신구의 호연은 스크린을 압도할 만큼 현실감을 탄탄히 쌓았다. 또 심리스릴로서 깔려진 복선들은 결말과 함께 임팩트를 완성했다. 참신한 장르가 필요한 극장가에 단비가 아닐 수 없다. 3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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