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이런일이]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은 소련?
[책속에이런일이]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은 소련?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07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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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소설에 낚였던 북한 독자들

[북데일리] 1955년 북한 독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잡지 ‘아는 것이 힘이다’의 기획기사 ‘쏘련 과학 아까데미야의 보도 : 혹성 간 비행선 달 1호의 출발에 관하여’ 때문이다.

이는 소련 우주비행사들의 세계 최초 달 착륙을 다룬 기사로 그 준비과정과 착륙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각계 전문가들도 나섰다. 로켓 이륙장 책임자, 천체과학자이자 선장, 조종 파일럿, 로켓 설계 책임자, 행성 간 비행협회 회장, 천문대 소장 등이 인터뷰에 응했다.

한창 흥분하던 독자들은 마지막 줄에 가서 탄성을 질렀다. 아니, 실은 한숨이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내용은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과학적인 바탕 위에 쓴 가상 시나리오임”을 밝혀서다. 요즘 말로 ‘낚였던’ 것.

그렇다면 그 기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신간 <세계 과학 소설사>(채륜. 2008)에 따르면 그건 기사가 아니다. 허구의 르포르타주에 가까운 소련의 중편 과학소설 <혹성 간 비행선 달 1호>다. 당시 소련 우주비행사들이 세계 최초로 달에 발을 딛었다는 가정 아래 쓴 작품이다.

세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이다. 달을 밟은 최초의 인간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미국인 암스트롱이다. 왜 소련은 있지도 않은 일을 실제인양 묘사했던 걸까.

저자 고장원은 과학기술에 대한 소련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이라고 분석한다. 1950~60년대 우주개발 경쟁이 치열했다. 물론 소련과 미국의 경쟁이었다.

먼저 한 발 나아간 건 소련이었다. 1957년 10월 4일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데 이어 1959년 9월 15일 처음으로 달에 인공위성을 명중시켰다. 그 뿐인가.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은 1961년 4월 12일 최초의 유인우주비행까지 해냈다. 소련은 미국이 새턴 5호 로켓을 완성하기까지 늘 한 발 앞서 있었다.

그러다보니 소련은 우주개발만큼은 자신만만해 했다. <혹성 간 비행선 달 1호>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혹성 간 비행선 달 1호>는 1955년 국립출판사를 통해 북한에 번역 출간됐다. 이때 소련의 다른 과학소설 중단편인 ‘새형의 날개’, ‘금강석’, ‘벼락‘ 등이 함께 묶여 선 보였다. 이 중 표제작인 ’혹성 간 비행선 달 1호‘를 두고 저자는 “초창기 북한 과학소설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비록 외국 작품의 번역물이긴 하지만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책은 과학소설의 역사 전반을 다룬다. 20세기 초 미국 과학소설은 물론 그리스, 로마와 중국, 우리나라 고대사까지 거슬러 올라가 과학소설의 원향을 찾는다. 또 국내 과학소설 출판시장 현황과 문제, 북한 과학소설을 살핀다. 지난 2월 출간된 <한국무협소설사>와 마찬가지로 각종 진귀한 자료가 넘쳐난다.

늘 변방에 머무르며 홀대 받는 게 장르소설이다. 그 뼈대를 찾아내 다시 세우고 살을 붙인 저자의 시도, 이를 뒷받침해준 출판사의 연이은 도전이 반갑다.

(사진제공=채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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