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하악하악을 모르신다고요?
[이인]하악하악을 모르신다고요?
  • 이인
  • 승인 2008.07.10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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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이 인기끄는 이유

‘하악~하악’ 화천에서 만난 까마귀는 정말 이렇게 울었어요. 그 섹시한 울음에 싱긋 웃게 되네요. 쉽지 않지만 어렵지도 않은 세상,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지고 삶이 달라질 거라고 이외수 선생은 <하악하악>(2008. 해냄)에서 이렇게 얘기를 하네요.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 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 책에서

 소설가 이외수는 인터넷으로 젊은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현재 흐름을 눈여겨보는 작가죠. 그래서 그는 펼쳐놓은 그물(web)에 걸린 깨달음들을 요리하여 읽는 이들에게 전달하는 책 ‘하악하악’을 내놓았네요. 맛있게 요리된 글들은 이외수 열풍을 다시 일으키네요. 책 인기 요인을 살펴볼까요.  

먼저, 이 책은 이외수가 혼자 쓴 책이 아니라는 것, 이외수 홈페이지에서 누리꾼들의 댓글과 반응들이 엮인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네요. 이제껏 지은이가 읽는 이에게 한 방향으로 베푸는 글자들이었다면 ‘하악하악’은 이외수와 누리꾼들이 양 방향에서 이룬 작품이라는 거죠. 자기의 글이 책에 실렸고, 보통 사람의 글도 실릴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 인기를 끌 수 있죠.

다음으로 현재 유행과 대중의 입맛에 딱 떨어지는 책이에요. 책에 나오는 단어들을 주목해보죠. 우선 흥분한 거친 숨소리인 ‘하악하악’ 이란 인터넷 어휘를 제목으로 쓰네요. 이런 섹시한 제목부터 호기심을 일으키죠. 그 다음 책장을 넘겼더니 5장의 목차 제목이 1장 털썩, 2장 쩐다, 3장 대략난감, 4장 캐안습, 5장 즐! 이네요. 인터넷과 친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털썩’ 주저 않으며 ‘대략난감’할 제목들이지요. 그러면서 이것도 책이냐? 라고 뭐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인터넷 세대들은 그런 사람들을 쩐다, 하는 표정을 짓고 캐안습하며 이 책을 사들고 즐! 이라고 한마디 하겠죠.  

그렇다고 가볍기만 한 책이냐 그건 아니에요. 소설가 이외수가 성찰하는 삶과 세상이야기가 책 전반에 녹아있어 산뜻하게 사람들 가슴을 두드리죠. 똑똑, ‘저기요, 너무 바쁘게 뛰어가지 말고 요거 읽어봐요’ 라고 말을 건네며. 요즘 두꺼운 책 손가락에 침 묻혀가며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겨가는 걸 참지 못하고 책과 멀어진 사람에게 ‘하악하악’은 책 세상으로 가는 초대장이 될 수 있죠. 독서의 재미와 함께 교훈을 은근히 풀며 생각할 기회를 주는 책이죠. 

아, 책도 재미있구나. 이외수는 이렇게 인터넷, 온라인 게임, TV, 영화 등에 밀린 구닥다리 장르인 책을 ‘하악하악’ 소리 지르며 다시 살리네요. 재미만 쫓아가는 현대인에게 재미와 성찰을 같이 던져주려는 그의 시도가 빛을 낸 거죠.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2007. 해냄)에서 호흡을 맞춘 정태련 화백의 그림들과 어우러져 책의 가치를 높이네요.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얘기 옮겨요.

‘이외수가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라는 산문집을 내자 평소 이외수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사내 하나가 자기 블로그에 비난의 글을 올렸다. 자기가 여자도 아니면서 여자에 대해 잘 아는 척 책까지 묶어내는 걸 보면 이외수는 분명히 사이비라는 내용이었다. 그 글을 읽어본 이외수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파브르는 곤충이라서 곤충기를 썼냐?' - 책에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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