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를 보는 또 다른 눈
근대를 보는 또 다른 눈
  • 한영익 시민기자
  • 승인 2008.07.07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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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에피소드, 재미있게 서술


[북데일리] '식민지', '전쟁', '독재' 모두, 얼룩진 한국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키워드라 할만하다. <해방 전후사의 인식>과 <재인식>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운 대표적인 역사서다. 얼마 전에는 뉴라이트 계열의 대안교과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 책 <근대를 다시 읽다>(역사비평사. 2006)는 “인식”과 “재인식”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역사관에 문제점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책은 “인식”과 “재인식”의 절충안에 대한 지양이 아님을 머릿글에서 강조한다. 일군의 소장파 학자들이 엮은 이 책은 낡은 근대에 대한 젊은 비판을 그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친일 담론에 대한 새로운 분석이 신선하다. 협력 담론에 대한 연구는 ‘친일’ 개념을 세 가지 차원으로 확장/해체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식민지를 우리민족의 고유한 경험이 아니라 세계사의 일환으로 파악해 ‘친일’의 특권을 해체하는 방향이다. ‘친일’이 아니라 ‘식민지 협력’으로 개념을 전환하는 시도이다.

둘째, ‘친일’을 식민지 권력에 대한 협력이면서 동시에 근대 권력에 대한 협력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셋째, ‘친일’이 ‘민족’에 고정시킨 협력과 저항의 축을 계급, 성, 인종, 문화, 언어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하는 영역이다.

‘친일’에 관한 논문은 책1권의 2부에 주로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여자 스파이단의 신화와 ‘좋은 일본인’되기>, <조선인 내선일체론자의 전향과 동화의 논리>는 친일담론을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친일과 식민지에 대한 담론 외에도 대한민국이 근대적 국민국가로 형성되는 과정, 근대성과 새로운 문화, 근대인식과 담론분석, ‘민중’의 경험과 기억 등에 대한 의미있는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1권과 2권으로 나뉘어진 이 책은 각각 14편씩 총28편의 논문을 싣고 있다. 1000페이지가 넘는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각각의 논문들이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서술된 까닭이다.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깊이와 재미를 함께 얻을만한 책.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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