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경]우리의 식탁, 얼마나 안전한가?
[서유경]우리의 식탁, 얼마나 안전한가?
  • [서유경] 시민기자
  • 승인 2008.07.0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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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판매가 시작되었다. 국내산 한우가 좋다는 것을 알지만 사실, 가격를 생각하면 소비자의 입장에서 싸고 맛난 LA갈비를 비롯하여 값싼 미국산 쇠고기는 참으로 유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어느 누구도 미국산 쇠고기를 장바구니에 담으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30개월 이상의 소에 대한 쟁점이 중요했던 시기는 이미 지났다. 우리 소비자들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더 많은 정보에 눈과 귀를 열어두고 있다.

  일부는 이 책에 대한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할지 모른다. 미국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의 이야기라는 것은 실상,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이 갖는 의미는 무척 크다. 우선, 외면하고 싶은 모른 척 하고 싶은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 게일 A. 아이스니치가 오랜 기간 힘들게 취재한 사실이며 그녀가 유방암에 걸릴 정도로 전부를 다 걸고 세상에 알려야만 했던 중요한 문제라는 점이다. 거대 기업의 도살장에서 이뤄지는 잔인한 도살현장의 취재로 시작되었지만 그것은 단지 도살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다. 그 도살장은  쇠고기, 돼지 고기, 닭고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의 입으로 들어오는지 말해주고 있는 곳이었다.

  잔혹하고 끔찍한 도살행위로 인해 동물과 인간이 죽음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과정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 과정을 읽는 내내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생겼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진실은 무서운 것이었다. 세상에, 이것이 진정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이런 비인간적인 행위들이 지금 세계 많은 도살장을 비롯하여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두려움과 함께 소름이 돋는다. 살아있는 소, 돼지를 한 번에 죽이지 않고 수없이 때리며 발버둥치는 동물을  칼로 찌르고 물에 빠뜨리고 사방은 온통 피로 물들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점점 난폭해져만 가고 있다. 기업은 자신의 이익만을 추고하고 관리하는 정부는  모른 척하며 눈을 감아준다. 도움을 요청하는 직원들에게 협박을 가하고 퇴직을 종용한다. 

  취재과정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만 같다. 숨막히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바로 생생한 인터뷰로 이어지는 취재기,  이 책은 살아있다. 게일 A. 아이스니치, 그녀의 열정이 눈물겹다. 그리고 그녀의 용기가 아름답다. 우리에겐 그녀와 같은 용기와 확신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 

  도살장이라는 직장에서의 작은 일이 아니다. 거대한 기업의 도살장에서 시작되는 연결고리는 우리의 가정으로 이어지고 지역 사회, 결국 국가적 문제로 대두된다.  한 번에 죽지 못한 거대한 소의 발길에 차이고 그 소를 자르려는 칼에 자신을 찌르게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점점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고 감정적으로 치닫는다.  가축과 가금류의 장관(腸管)에 살고 있는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과 같은 병원균은 비위생적으로 처리되는 도축과 가공 과정에서 식육을 오염시키고 결국은 0157: H7대장균(hemorrtrabgic colitis - 출혈성 대장염)은 생명까지 빼앗아 가기에 이르렀다.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생산이 이뤄지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이런 환경에서 나온 오염된 고기를 많은 나라, 많은 사람들이 의심없이 먹고 있다니 어제 맛나게 먹은 닭볶음탕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그것은 안전한 음식이었을까. 답을 할 자신이 없다.  

  게일 A. 아이스니치가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이 모든 것이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만났기 때문이다. [ 탐욕스러운 관리자들은 다른 무엇보다 생산성이 중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주입시키면서 그들과 마찬가지로 직원들에게 생명을 경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직원들게게 해고되기 싫으면 자신의 생명, 소비자들의 생명 그리고 물론 동물들의 생명을 무시하라고 세뇌시키는 것이다. 311쪽] 자신만 아니면 된다는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무서운 재앙을 몰고 오는지 우리는 확인하게 된다.

 오늘도 식탁을 차리는 많은 사람들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누구를 믿을 것인가? 이렇게 시작되는 작은 불신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도 있다.  엄마들의 바람은 큰 것이 아니다. 안전한 식탁을 차리기 위한 즐거운 장보기가 다시 시작되고 우리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삼겹살, 치킨, 햄버거를 주저없이 먹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것 그것 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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