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작가 한강의 섬뜩하게 아름다운 소설
[이인]작가 한강의 섬뜩하게 아름다운 소설
  • 이인 시민기자
  • 승인 2008.06.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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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등 3편 연작, 단아한 문체와 섬뜩한 상황묘사 탁월

'섬뜩하게 아름답다'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2007.창비]을 읽고 든 느낌이다. 채식주의자라는 제목을 썼지만 실제로 채식과는 크게 상관없는 소설이다. 다만 사회에서 채식주의자가 갖는 느낌을 빌려서 소설분위기 형성에 쓴다. 제목이 주는 평화로운 느낌과는 다르게 강렬하면서 깊게 책 속으로 빨아들인다.   

이 책은 표제작인 <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처럼 소설마다 내용을 이끄는 1인칭 주인공이 달라지고 서로가 관계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모이면서 전체 큰 그림이 그려진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채식을 하는 영혜의 남편이 주인공이고, 몽고반점에서는 영혜의 형부가, 그리고 나무 불꽃에서는 영혜의 언니의 시점으로 소설이 진행된다.

 먼저 ‘채식주의자’를 살펴보자. 꿈을 꾸면서 채식을 하게 되는 영혜의 변화에 따라 결혼생활은 위기에 이르게 된다. 피와 살생을 배제하려는 영혜와 그것을 막기 위해 영혜가족들까지 동원되기에 이르고 가족 간 식사에서 소설은 절정에 달한다. 억지로 먹이려는 친정 아버지와 뒤에서 영혜의 손을 잡은 영혜의 동생, 그리고 필사로 뿌리치며 자해하는 영혜의 상황은 끔찍하지만 여러 가지를 질문을 던진다. 

‘채식은 사랑 없는 결혼생활의 뒤엎음인가? 고기를 먹어야만 하는 남편과 최초 결혼은 무엇을 말하는가?

'육식의 ‘보편성’을 믿는 가부장제도 아래 사람들이 채식의 ‘특이성’을 얼마나 외롭고 힘겨운가? 소수가 되는 것은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 

이상문학상을 받은 ‘몽고반점’은 비디오작가인 영혜의 형부가 채식을 하는 영혜에 이미지를 사용하여 비디오를 찍는 내용이다. 글로 보여주는 다채로운 색감 표현은 놀랄 만하고 그들이 몸에 페인트를 칠하고 섹스를 하게 되는 과정은 치밀한 심리 묘사와 자세한 상황 연출은 대단히 흥미롭다.  

'나무 불꽃'은 영혜의 언니가 나무가 되겠다는 영혜를 수발하며 겪는 이야기다. 병원풍경과 환자들에 섬세한 관찰이 돋보이는 서술과 언니의 심리변화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단아한 문체와 섬뜩한 상황묘사로 작가의 개성을 뽐낸다. 서로 연결되면서도 스스로 하나의 작품이 되는 연작 소설이란 틀은 소설을 한층 더 맛깔스럽게 한다. 그러나 뭐니 해도 소설 내용자체가 갖는 높은 완성도로 소설 읽는 맛을 깊게 낸다. 등장인물들의 욕구들과 지니고 있는 상처들은 서로 엇갈리면서 파국으로 몰아가는 채식주의자는 상당히 아름다운 소설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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