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경영 초일류기업 `주식회사 장성군`
공무원 경영 초일류기업 `주식회사 장성군`
  • 북데일리
  • 승인 2005.10.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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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에 없습니다’ ‘관례에 없습니다’ ‘예산이 없습니다’

관공서 관련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언론 인터뷰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공무원의 대답이다. 자신에게 돌아올 지도 모를 귀책사유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이런 발언은 수동적이고 무사안일주의에 젖은 일부 공무원들이 위기를 대처하는 방식의 한 단면이다.

`철밥통` `복지부동` 등 일부 공직자 혹은 공무원 사회의 무사안일한 성향을 빗댄 이런 자조섞인 말들은 최근 한 지방자치단체가 보여준 성과에 의해 그 의미을 잃게 됐다.

올해로 민선군수가 취임한 지 10년째가 되는 전남 장성군은 ‘지방자치제의 성공적인 연착륙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단적인 예로 2004년도 장성군의 기업유치 실적을 들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협력업체를 비롯해 무려 29개의 공장이 장성에 들어섰고 중소가전업체의 새로운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인구 5만의 이 농촌도시에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달 출간된 <주식회사 장성군>(양병무 저. 21세기 북스)은 장성에서 일어났던 기적을 고스란히 소개하고 있다. ‘공무원이 경영하는 회사’라는 부제의 이 책은 군청이 스스로 ‘주식회사’를 선언함으로 어떻게 지역혁신을 일궜는지를 상세히 다룬 것.

“여기 공무원은 다릅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장성군 공무원처럼만 일한다면 우리 기업이 굳이 중국이나 해외로 나갈 이유가 없을 겁니다.”

장성군에 공장을 설립한 한 제조업체 사장의 말이다. 나노 산업 개발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장성군 공무원들은 일류 기업체에 다니는 회사원처럼 일합니다.”고 밝혔다. ‘군림하는 공무원’이 아닌 ‘섬기는 공무원’의 전형이 바로 장성군의 공무원이라는 것.

장성군청이 ‘주식회사 장성군’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초대 민선 군수로 당선된 이래 3선으로 일하고 있는 김흥식 군수의 노력이 크다. 그는 취임 닷새 만에 기업의 기획조정실에 해당하는 ‘경영관리팀’을 구성하고 군청의 조직을 팀제로 개편했다.

책에 의하면 이는 실무과장과 계장들로부터 결재도장을 뺏기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10년 전만 해도 과장이나 계장들은 도장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이들은 오전에 도장 좀 찍고 신문 보다가 출장 핑계로 외출하고 오후에 들어와 다시 도장 찍고 퇴근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었다. 김흥식 군수는 각종 업무상의 비능률을 조직개편을 통해 개혁하는 한편 연공서열 중심의 인사관행을 탈피, 기업형 인사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처럼 조직의 틀을 바꾸고 나서는 새로운 정신을 불어넣었다. ‘민원인 10대 권리장전’을 만들어 서비스의 질을 대폭 끌어올렸다. 민원업무가 조금이라도 지연될 경우 보상을 해주는 ‘모래시계 보상제’와 찾아가는 서비스를 모토로 한 ‘생활민원 기동처리팀’이 꾸려지기도.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장례 도우미 제도’다. 고령화로 젊은이가 없는 현실에서 상을 당할 때면 일손이 없는 점을 고려, 군청에서 장례 관련 시설과 비품, 인력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이쯤되면 일류기업의 서비스 못지않다.

이 책은 또한 장성군이 홍길동을 통해 어떻게 브랜드 마케팅을 했으며 지역 알리기에 성공할 수 있었는지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단순한 홍보가 아닌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의 발전가능성을 넘보고 있는 것.

무엇보다 장성군만의 자랑인 ‘장성아카데미’에 관한 내용이 흥미롭다. 장성군청에선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들을 매주 금요일마다 불러 군민들에게 최고수준의 지식을 공급하고 있다. 처음 아카데미를 시작할 땐, ‘차라리 다리 하나라도 더 놓는 게 낫다’는 냉소어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김흥수 군수는 강당 입구에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바꾸는 것은 교육이다’라고 쓴 현수막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렇게 시작된 ‘장성아카데미’도 벌써 10년째. 평생교육과 평생학습은 현재 장성군의 가장 큰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아내와 산책을 하고 6시부턴 읍, 면의 이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군수. 그리고 서비스 마인드로 중무장한 공무원들. 그들은 지금 장성을 ‘홍길동의 고향’으로서만이 아닌 대한민국 공무원의 `혁신 1번지‘로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 = 장성군 홍길동 생가와 김흥식 군수, 출처 장성군 홈페이지) [북데일리 김진수 기자] storyintv@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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