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드라마에 끌려?... 대중문화는 숨겨진 욕망의 거울
막장드라마에 끌려?... 대중문화는 숨겨진 욕망의 거울
  • 윤혜란 시민기자
  • 승인 2016.03.14 0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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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 김성윤 | 북인더갭

[화이트 페이퍼] '대중문화는 현실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현실에서 달아나려는 소망을 재현한다.‘

최근 화제의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시그널‘은 한 회라도 놓치면 허전하고, ’무도빠‘를 양산한 국민예능 ’무한도전’을 보지 않고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또한 소녀 팬들은 남성 아이돌이 주인공이 되는 팬픽(팬 픽션, 팬이 쓰는 소설)을 쓰고, 삼촌 팬들은 남몰래 여성 아이돌을 훔쳐본다.

이처럼 대중문화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소비되는 상품 중 하나가 되었고, 어느새 우리의 모든 일상에 스며들어와 있다. 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대중문화가 현실과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대중문화를 그저 현실과 동떨어진 하나의 판타지로 보거나, 소비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문화의 숨겨진 정치적 무의식을 파헤친 <덕후감>(북인더갭. 2016)의 시각은 다르다. <18세상>으로 청소년의 하위문화를 파헤치기도 했던 저자는 대중문화는 결코 판타지가 아니며,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와 관련을 맺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현실에서 피하고자 하는 일이 흔히 꿈에 나타나듯이, 대중문화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을 자주 재현한다는 것이다.

가령 막장 드라마가 그렇다. 어느 누구도 남편에게 버림받고 친구에게 배신당한 채 시어머니에게 내쫓김을 당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그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이런 악몽 같은 상황은 사람들의 불안심리를 끊임없이 자극하여 TV 앞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은 것도 그 속에 숨겨진 집단적 욕망을 끄집어냈기 때문이다.

책은 대중문화를 ‘소망의 거울(The Mirror of Erised)’에 비유했다. 여기서 'Erised'는 욕망이나 소망을 뜻하는 단어 'desire'를 거꾸로 한 것이다. 사실 대중문화라는 소망의 거울은 지식이나 진실을 주지 않지만, 시인 ‘이상’의 말처럼 ‘참 나와는 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바로 그 때문에 거울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비춰보는 장치일 수 있다. 이에 대중문화라는 소망의 거울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묻기. 이것이 바로 책의 저자가 의도하는 바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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