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 권경률 지음 | 앨피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소통에 실패한 정치는 재앙을 부른다. 역사 속 왕조들의 몰락이 그랬다. 마지막 왕조 조선도 마찬가지다. 재상정치를 두고 신하들과 왕의 권력 다툼은 소통의 부재로 이어졌고 결국, 붕당과 왜란을 낳았다. 역사가 보여주듯 소통은 나라의 국운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앨피.2015)은 이처럼 말이 품은 통치 철학을 조선 시대 역사를 통해 새롭게 해석했다. 책은 500년 전 목숨을 걸고 ‘언로(言路)’의 길을 닦고자 했던 조광조의 직언에서 비롯됐다.
“양사(兩司, 사헌부와 사간원)를 파직하여 언로를 다시 여소서” (182쪽)
조정에 갓 출사한 신출내기 언관이 임금에게 선배들을 내치라고 거침없이 청하는 대목이다. 언로란, 이처럼 임금 앞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나라의 잘못을 비판하고 바로 잡는 것이다. 저자는 조선 왕조 500년이라는 긴 역사의 흥망성쇠의 열쇠를 이 ‘언로’로 보고 조선의 통치와 사회 철학을 낱낱이 훑어낸다.
책에 따르면 정도전은 재상 중심의 중앙집권제를 주장하며 ‘임금이 할 일은 한 사람의 재상을 결정하는 것뿐’이라 했으며, 어떤 관료는 공론을 거스른 임금에게 ‘신하의 도(道)는 의(義)를 따르는 것이지, 임금을 따르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책은 왕들과 선비 관료들의 치열한 싸움과 역사를 당대 사람들의 말을 통해 살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언로가 막힌 지금이야말로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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