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인간`과 `우주`를 아느냐?
너희가 `인간`과 `우주`를 아느냐?
  • 북데일리
  • 승인 2007.12.3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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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그동안 이 코너에서 소개된 책들은 철학서적과 경제서적이 가장 많았다. 과학 서적이 많이 다루어지지 못했던 것은 필자의 전공이 인문학인 탓도 있지만 통합 논술의 성격이 달라진 탓이 크다. 통합의 강도가 처음 대학들이 예고한 것보다 한결 약해진 것이다.

올해 논술 시험은 인문계 영역 내에서 국어와 사회과의 통합, 자연계 영역 내에서 수리와 과학의 통합 하는 식으로 철저하게 영역 안에서의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진정한 통합은 사회과와 과학과의 통합, 국어과와 수리 영역의 통합 등 문과 이과 영역을 넘나들면서 진행되어야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인 듯하다.

통합논술은 교육 현실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제대로 착근되기 위해서는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현행 교육 과정이 바뀌어야 한다. 인문계생도 우주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자연계생도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관심을 가질 기반이 조성되어야 진정한 통합논술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 <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해나무 펴냄)는 인간의 정체성에서 우주의 신비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인문계-자연계 고등학생 모두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역으로 말하면 인문계 학생은 자연과학적 설명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자연계 학생은 인문학적인 논쟁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선택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재승 기획에 서울대-카이스트 교수들이 필진으로 참여한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시의성을 타지 못한 감이 든다. 자연계 통합 논술이 수학-과학 문제 풀이 본고사로 변질된 지금 자연계 학생들에게 인간과 우주는 발등의 불이 아니기 때문이다.

꼭 통합논술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과학적인 교양을 쌓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과학이 어떤 학문인지 궁금한 고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각 영역별로 어떤 주제를 다루는지 개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과학계의 대표적인 쟁점 27가지를 뽑아 해당 분야 전공자가 친절하게 해설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주는 얼마나 무거운가’ 같은 과학 상식에서부터 ‘과학은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가’ 같은 과학 철학까지 우주와 인간을 넘나들며 전방위로 묻고 전방위로 답하고 있다.

과학이란 인간과 우주를 둘러싼 물질적 토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토대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주인 인간보다는 인간이 사는 세상, 우주가 제 일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이 첫 번째 선정한 쟁점은 우주다. 먼저 우주가 어떻게 탄생해서 지금까지 왔는지 빅뱅 이론과 초끈 이론 등을 동원해 다각도로 설명하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과학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자연으로서 지구와 수, 시간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세 번째 쟁점은 생명이다. 진화로 시작해서 생명공학과 유전자까지 다룬다. 네 번째 쟁점은 과학 그 자체로서 과학이 어떤 학문이고 다른 학문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알려준다.

통합논술에서는 영역전이형 사고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데 그런 면에서 한의학과 동아시아 의학을 비교하면서 세계화를 논한 이종찬 아주대 교수의 글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쟁점은 인간으로서 한국 민족의 기원, 마음의 문제,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를 조명하고 있다.

생명공학을 위해 영화 ‘가타카’를 인용하고 인공지능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영화 ‘매트릭스’를 언급하는 등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각 장의 내용을 개관하는 일러스트의 완성도도 높아 그림만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핵심 내용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다.

이 책을 한 번 읽고 서가에 꽂아두기보다는 각 장의 질문들에 대해 책 내용을 떠올리면서 요약을 해보는 게 어떨까? 통합논술, 아니 모든 공부의 완성은 문과-이과의 주제적인 통합만이 아니라 읽고 쓰기의 형식적 통합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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