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읽는남자]⑧X마스와 사랑의 기적
[연애읽는남자]⑧X마스와 사랑의 기적
  • 북데일리
  • 승인 2007.12.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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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크리스마스다. 애인이 없으면 일 년 중 가장 힘든 시기가 바로 이 때다. 마음마저 추운 겨울인데다 연말연시 연휴를 홀로 보내는 것만큼 쓸쓸한 일도 없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야 동성 친구들하고 산이든 해변이든 갈 수 있지만, 이 추운 겨울날에 동성 친구하고 지내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때도 없다.

역시 “흔한 게 사랑이라지만 나는 그런 사랑 필요치 않아”란 노래(김동환의 ‘묻어버린 아픔’) 가사는 사치일 뿐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급해도 사랑이라고 다 같은 사랑일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칼럼은 사랑과 연애와 관련한 책을 소개하는데 치중했는데, 이번 칼럼은 사랑에 대한 솔직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최근, 정말 믿기지 않는 사랑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사랑으로 인해 연애관련 서적에 등장하는 상당수의 방법론이 ‘무용지물’이었음을 깨닫는 중이다. 더불어 사랑의 줄다리기와 시소게임은 불필요한 겉치레임도 알게 됐다. 그런 줄다리기에 동참하고 있는 당신이라면 그 사랑을 과감히 그만두길 권한다. 단언컨대,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개인적 체험을 공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 사랑의 상처로 몸과 마음 모두 지쳐있는 독자에게 희망을 되찾아 주기 위해서다. 둘,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는 과학적 분석을 보기 좋게 깨드리겠다는 오기(傲氣)이다.

사랑은 ‘이상형’이란 말로 축약되기도 한다. 모든 걸 던질 수 있는, 아무 것도 떠올리지 않을 만큼 몰입할 수 있는 이상형이어야 빠져들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이 있다.

외모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첫 만남에서 외모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성격보다 큰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상형의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 바로 가치관, 인생관이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삶의 지향점이 같아야 다투지 않는다. 이게 맞지 않으면 오래 버틸 수 없다. 흔히 ‘연애 초기에 비해 사랑이 식었다’고 말하는데 그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라,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염장을 시작할 때다. 필자가 사랑에 빠진 상대는 ‘동종업계’ 종사자다. 참고로 필자는 IT 관련 사업을 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행복이자 최대의 인생 사업’이란 생각으로 출판계에 입문한지 2년째에 접어든다.

우리는 약 1년 정도 업무적인 사이로 알아왔다. 그러던 중 필자가 적극적인 ‘대쉬’에 돌입하게 된 이유는 평소 냉랭하기만 하던 ‘그녀’가 사실은 눈물 많은 연약한 여자라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그녀는 주위에 남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모두를 외면했다. 다시 아픈 사랑을 시작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헤어질 사람이라면, 깨어질 사랑이라면 아예 시작을 안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이럴 때는 남자가 확신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 <원스>를 함께 볼 것을 제안했다. 업무로 쌓아온 신뢰 덕택에 만남은 어렵지 않게 성사됐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영화와 음악을 좋아하기에 적당한 아이템이었다.

눈물 많은 그녀. 영화 보는 내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이 어찌나 애처롭던지 손을 잡아주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했다.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만나는 횟수가 거듭 될수록 “어떻게 이렇게 맞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놀라곤 했다. 접점은 한둘이 아니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① 이른바 ‘잘난 체 과’에 알레르기가 있다. ② 사고가 긍정적이다. ③ 특별하게 ‘꽂히는’ 유머 지점이 있다.

이 외에 식성 및 취향 등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또, 한 사람은 사진 찍히기를 다른 한 사람은 사진 찍는 것을, 한 사람은 조언 듣기를 다른 한 사람은 조언하기를 좋아한다는 점이 둘의 관계를 급속히 진전시켰다.

영화와 책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것은 기본. 각론으로 들어가자 ‘기상천외한’ 대목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둘은 이런 사실을 찾아낼 때마다 혼절을 거듭하며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예컨대 이런 사례가 있었다.

①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남쪽으로 튀어!>의 주인공 우에하라 지로가 할머니 앞에서 옆구르기를 하다 토하는 장면, ② 영화 <댓씽유두>에서 친구들이 결성한 밴드가 지방 방송국에 첫 곡이 방송을 타는 장면에서 환호하는 장면, ③ 혹평의 영화 <투스카니의 태양>의 전 장면에 열광하는 것 등이었다.

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 만났다. 연애 한 달 째. 만난 날을 세어보니 무려 30일을 만난 것이 확인됐다. 메신저를 시작하면 3시간은 기본. 전화, 이메일, 문자, 손 편지 발송 등 모든 통신 수단을 총동원했다.

하나의 통신 수단을 이용하고 나면 다른 것으로 ‘뒷풀이’를 했다. 만난 후에는 메신저를, 음성 전화 후에는 문자를 하는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접선’이자 ‘대화’를 이어갔다.

둘 모두 이런 연애는 처음이었다. 전 매체를 동원해 24시간을 공유했다. 그런 중에도 일과 연애를 병행할 수 있었던 이유. 같은 분야에 종사하다보니 서로를 도울 수 있었다. 열렬한 연애 중에도 서로를 격려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요소를 끊임없이 제공했다. 결코, 지루하거나 질릴 틈이 없었다.

염장은 여기까지. 상황을 정리하며 중요한 팁을 제공하려 한다. 안 맞는 사람과 억지로 맞추려 하는 건 시간 낭비라는 진리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처럼 맞는 상대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허용 폭, 즉 조건을 넓히기를 권한다.

다시 사례가 필요할 것 같다. 그녀는 천주교 신자다. 사랑에 빠진 후 필자 역시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불교에 가까운 무종교주의자였던 필자가 매주 목요일 명동성당에 나가고 있다. 입교식을 마치고 6개월짜리 예비학교에 참석 중이다.

개종(改宗)도 할 판에 새로운 종교를 갖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새로운 종교를 받아들인 후 조금이나마 마음이 차분해 짐을 느끼고 있다. 이처럼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상대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용기와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수와 변수가 상존하는 경우, 변수의 값을 크게 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쉽게 변하지 않는 상대와 환경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내 마음을 넓게 하는 게 방법이란 소리다.

2007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여전히 혼자인 그대, 결코 사랑을 포기하지 말기를 권한다. 필자 역시 사랑을 믿지 않고,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 중 하나다. 그러나 이처럼 믿기 힘든 사랑이 다가왔다. 모든 걸 던지고 싶은 상대는 분명히 있다. 완고한 기준을 넓히고 가장 가까운 곳부터 눈여겨보라. 사랑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그간 사랑을 믿지 않은 죄, 석고대죄(席藁待罪, 거적을 깔고 엎드려 벌 주기를 기다림)한다. 다음 회에 후속편이 이어진다. 기대하시라!

* 책 소개 - 마거릿 켄트의 <연애와 결혼의 법칙>(황금가지. 2007). 그녀는 연애 상대자의 가치관이나 인생 목표가 당신과 어울리는지 파악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두 사람의 생각이 똑같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완전히 상반된다면? 장기적인 사랑은 현실이다.

실제로 저자는 연애 결혼했던 첫 남편과 사별한 후 나이 마흔에 현재의 남편을 만났고, 지금까지 오래도록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데이트 코칭과 결혼에 관한 강연 외에도 남편과 함께 세금 문제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명성과 성공을 쌓아올린 그녀는 전설적인 ‘오프라 윈프리 쇼’ 첫 회에 초대 출연하는 등 미국 사회의 명사로 대접받는다.

(사진 설명 - 영화 <원스>. 그녀의 고장난 청소기를 고쳐주고, 헤어지는 그녀에게 피아노 선물을 해줄 줄 아는 아량이 진정한 사랑이다. 헤어졌지만 그들은 ‘사랑’을 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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