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스토리] 기부美人 박원순 `프리 윌의 힘`
[성공스토리] 기부美人 박원순 `프리 윌의 힘`
  • 북데일리
  • 승인 2007.11.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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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우리나라의 기부 문화를 새롭게 쓴 박원순 변호사. 그가 2002년 설립한 ‘아름다운 가게’는 1% 나눔 운동의 시작이 됐다.

이제껏 나눔 혹은 기부에 대한 사람들의 마인드는 ‘돈’이었다. 하지만 아름다운재단은 돈뿐만 아니라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 시간, 장소, 마음까지 모두 기부의 대상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렸고, 그 중심에는 박원순 변호사가 있었다.

그는 이름 뒤에 따라다니는 ’인권 변호사’보다 ‘아름다운 재단-아름다운가게-희망제작소 상임이사’라는 꼬리표를 사랑한다. 법조인으로 이 사회의 정의와 바른 정책 실현을 위해 뛰어다니면서 그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마음을 변화시키는 일이 더 중요한 일임을 깨닫게 됐다”고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간된 그의 저서 <프리윌-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중앙북스. 2007)엔 ‘헌 물건의 나눔’을 모토로 한 아름다운가게의 성공 키워드가 담겨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그는 ‘된다’를 믿었고, 그 믿음은 지난 5년간 아름다운가게의 102배 성장을 가져왔다.

▶역할 모델의 ‘역할’ 이해하기

박원순 변호사가 아름다운가게를 구상하던 시절, 그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 오너이자 친구에게 재활용 사업을 하려고하니 지원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당시엔 구상만 있을 뿐 이렇다 할 돈도, 조직도, 경험도 없는 상황이라 지원을 받아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친구는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부탁을 거절했고 박 변호사는 “그럼 좋네. 우리가 사업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외국에서 보고 올테니 여비만이라도 지원해주게.”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아름다운 가게 간사들과 17박 18일간의 미국으로 벤치마킹을 떠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달라스, 로스앤젤레스, 워싱턴을 거쳐 뉴욕에 이르는 대장정 끝에 구세군과 굿윌을 모델로 성공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전국적이고 체계적인 조직망과 운영 시스템, 실무 노하우들 등 놓치기 아까운 베스트 프랙티스였고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헌 물건을 안 좋아하는데 과연 가능할까?’라고 반신반의했던 생각들이 해외 벤치마킹을 통해 말끔히 사라졌다. 가능성을 확인하고 돌아올 수 있었고 박 변호사와 간사들은 미국에서 배워 온 것을 한국적으로 변형시키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먼저 구축해 나갔다.

박 변호사는 강조한다. 어떤 일을 할 때 ‘역할 모델’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고 가야 할 길에 대한 이정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 ‘될까?’에서 ‘된다!’로

역할 모델을 찾고 확실한 계획을 잡은 후 박 변호사와 아름다운가게 간사들의 사기는 높아졌다. 밀려드는 물품들과 부족한 인원,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몸은 파김치가 됐지만 ‘하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마음만은 충만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알뜰 시장은 매달 매출액을 갱신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고, 단골손님도 확보됐다. 남은 일은 아름다운가게 1호 매장을 여는 일이었다.

1호 매장을 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선뜻 매장을 기증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고 기다림이 길어지려고 할 때 기회가 왔다. 현재의 안국동 1호점이 있는 곳에 가게 매물이 난 것이다. 사실 당시 1호점 자리는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곳이었다. 마침 엄상익 변호사가 1억 원이나 되는 돈을 선뜻 기부해 주었고, 그 1억 원을 보증금으로 해서 정식으로 아름다운가게 1호점을 열었다.

엄 변호사를 명예점장으로 개설된 안국동 1호점에 쏠리는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방송과 신문 등 언론은 개점 전부터 주목했고 개장 당일 노무현 대통령(당시에는 후보) 내외와 정문준 축구협회장(당시 대통령 후보), 각 언론사 사장 등 사회 각계의 저명인사들이 방문했다.

특히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 내외는 아름다운가게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름다운가게는 중앙일보와 함께 사회 봉사 캠페인인 ‘위․아․자 페스티벌’을 진행해오고 있다. 개장 첫날, 시민들을 뜨거운 호응으로 최소한 3일은 팔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며 매장을 가득 채웠던 8,000여 점의 상품이 불과 4시간여 만에 팔려 나갔다. ‘한국 사람들은 헌 물건을 잘 안 쓴다’는 말은 틀린 말이 됐다.

이처럼 안국동 1호점의 성공은 ‘된다!’라는 마음으로 아름다운가게의 식구들과 시민들, 언론이 헌신해서 만들어 낸 아름다운 참여이자 나눔의 본보기가 됐다. 또한 시민들 각자의 아름다운 마음이 적당한 기회와 장소만 마련된다면 얼마든지 발현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일대 사건이었다.

아름다운가게의 올해 매출은 약 100억 원에 달한다. 5년 전 설립 당시와 비교하면 100배가 넘는 고성장이다. 하지만 아름다운가게가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된 것은 비단 ‘헌 물건의 재활용’이라는 블루 오션을 찾고, 벤처정신으로 도전했다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름다운가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조직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아름다운가게의 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여 모든 일을 수행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프리 윌’의 힘 말이다.

(사진=`중앙북스` 제공)[구윤정 기자 kido99@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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