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컬쳐] 옛 서울역 무대 오른 고흐의 삶… ‘반 고흐 인사이드’
[슬로우컬쳐] 옛 서울역 무대 오른 고흐의 삶… ‘반 고흐 인사이드’
  • 김동민 기자
  • 승인 2016.01.27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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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김동민 기자] ‘전시’라는 수식어로는 부족한 전시다. 잘 만들어진 한 편의 공연으로 보는 편이 정확할지 모른다. 때로는 구슬프고 때로는 웅장한 음악이 귀를 사로잡고,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영상의 향연이 눈앞 가득히 펼쳐진다. 이 모든 것이 모여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됐다. ‘빛과 음악의 축제’라는 전시 부제는 전혀 과장이 아니다. '반 고흐 인사이드' 전이다.

이번 전시는 문화역서울 286(구 서울역사)이라는 전시 공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반 고흐가 작품 활동을 해온 네 지역을 전시장 곳곳에 분리해 조성했다. 여기에 고흐 외에도 모네, 르누아르, 드가, 터너, 쇠라, 시냐크, 고갱 등 인상주의 화가들의 대표작들이 곳곳에 어우러져 있다.

▲ (사진=미디어앤아트)

과거 만남과 이별의 장소였던 구 서울역 3등 대합실은 첫 번째 섹션 ‘뉘넨의 또 다른 해돋이’ 존으로 연출됐다. 고흐가 뉘넨에 머물던 시절 그린 ‘감자 먹는 사람들’, 모네의 ‘양산을 쓴 여인’ 등 소박한 일상을 다룬 작품들이 전시된다. 널따란 바닥과 높은 천장 사이에 매달린 작품들이 그 옛날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떠들썩했을 대합실 공간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모네의 그림 속 양산이 캔버스를 벗어나 다른 작품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출은 이 섹션의 백미다.

▲ (사진=미디어앤아트)

두 번째 섹션 ‘파리의 화창한 어느 날’ 존은 구 서울역의 주 출입구이자 중심 공간에 조성됐다. 12개의 기둥과 돔으로 구성돼 있고 천장 높이는 16미터에 달해 마치 대성당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메인 스크린 외에 양 측면에 자리한 커튼과 아치형 천장에도 작품 이미지가 투사된다. 쇠라가 그린 점묘화 속 점 하나하나가 유성우처럼 한가운데로 쏟아지는 모습에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 (사진=미디어앤아트)

세 번째 섹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 존은 과거 1, 2등 대합실 공간을 이용해 꾸며졌다. 시골마을 아를에서 고갱과 함께 예술 공동체를 꿈꾸던 고흐가 그와 갈등을 겪기까지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두 사람의 대립이 격화되는 과정을 3면의 스크린과 천장을 이용해 강렬하게 표현했다.

▲ (사진=미디어앤아트)

마지막 네 번째 섹션 ‘오베르의 푸른 밀밭에서’ 존은 구 서울역의 2층 대식당에 조성됐다. 고흐가 정신병원 생활을 한 뒤 생전 마지막으로 머문 오베르에서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벽면과 천장에 투사된 밀밭의 전경에 둘러싸여 있다 보면 쓸쓸하고도 평화로운 고흐의 고독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여기에 새와 풀벌레, 바람이 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해 영화관처럼 생생한 음향을 연출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식 섹션 외에 다양한 체험존도 마련됐다.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해 고흐의 작품 속 까페를 거닐거나 사진 속 풍경이 작품으로 변하는 과정을 볼 수도 있다. 2014년 ‘반 고흐 10년의 기록’, 2015년 ‘반 고흐 미디어아트’로 노하우를 쌓아온 전시기획사 미디어앤아트가 세 번째로 선보이는 전시다. 반 고흐 인사이드 전은 서울시 중구 통일로 문화역서울 284에서 오는 4월 1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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