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배우] '극과 극' 스펙트럼이 만든 배우 이성민의 '진짜 힘'
[금주의 배우] '극과 극' 스펙트럼이 만든 배우 이성민의 '진짜 힘'
  • 김재범 기자
  • 승인 2016.01.26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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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페이퍼=김재범 기자] 배우 이성민의 강점은 평범함이다. 그의 연기에선 우리 주변의 모습을 봐라 볼 수 있다. 간혹 우리가 잊고 지낸 어떤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는 계기도 던져 준다. 드라마 ‘골든타임’ 최인혁 교수가 전한 옳고 그름의 차이를 알게 됐다. 드라마 ‘미생’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단함과 편견의 골이 얼마나 깊고 아픈지 알게 됐다. 이성민의 연기는 특출나고 강렬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빛을 내는 묘한 힘을 갖고 있다. 그의 연기는 결국 연기가 아닌 주변의 무엇으로 다가온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로봇, 소리’에서도 이성민의 연기는 또 한 번 빛을 낸다. 10년 전 실종된 딸을 찾아 해매는 아버지의 모습은 고단하면서도 놓을 수 없는 희망의 끈을 그린다. 이성민은 그저 찾고 싶을 뿐이다. 딸을 찾고 싶다. 그리고 딸에게 말하고 싶다. 그런 그의 앞에 ‘로봇 소리’가 나타나고 이성민은 기묘한 물체인 ‘소리’와 함께 세상에 남은 희망의 끈을 찾기위한 여정에 나선다. 그 과정이 너무도 애달프고 간절하다.

이성민은 아버지 해관을 연기하면서 감정을 폭발시키지도 또 숨기지도 않는다. 그저 아버지란 이름 하나에 집중한다. 그의 집중이란 연기적 기술은 관객들에게 울림이란 결과물을 전달한다. 그 울림은 가슴에서 머리로 향한다. 그것은 이성민이란 배우가 갖고 있는 특유의 ‘진심’에서 시작된다.

그 진심은 배우 이성민을 사라지게 만드는 또 다른 힘을 전한다. 배우가 가장 공을 들이는 점은 매 작품마다 자신을 지워나가는 작업일 것이다. 관객들은 여러 작품에서 이성민이란 배우를 보게 된다. 하지만 매 작품마다 관객들은 이성민을 통해 캐릭터를 보게 된다. 그리고 작품이 끝나면 이성민이란 배우는 사라지고 캐릭터만이 오롯이 잔상으로 남아 숨을 쉰다.

이성민이란 배우의 이 같은 일상성은 극단의 양면성을 지닌 진짜 무기로 발휘될 때가 있다. 바로 악역으로의 전환점에서다. 그는 영화 ‘손님’에서 마을 전체를 휘어잡고 흔드는 독재자 이장 역할을 맡았다. 특유의 푸근한 이미지 속에 감춰진 서슬퍼런 칼날은 더욱 날카로운 법이다. 특히 이성민이란 배우가 갖고 있는 진짜 힘은 악역이던 선역이던 ‘이유’를 느끼게 한단 점이다. 그 이유는 관객들에게 설득력이란 개념을 부여한다. ‘손님’ 속 ‘독재자 이장’도 결코 극단적인 악역으로 볼 수 없던 이유가 바로 이성민이란 배우의 존재감 때문이다.

다음 달 개봉을 앞둔 ‘검사외전’도 마찬가지다. 황정민-강동원 투톱의 버디물이지만 극 전체의 숨은 활력을 끌고 가는 인물은 바로 부장 검사 우종길을 연기한 이성민이다. 권력의 생리에 자신을 맡긴 채 주변 인물들을 가차 없이 숙청하는 그의 결단력은 악함을 넘어선 섬뜩함을 담았다. 하지만 이성민은 우종길이란 캐릭터에 단순한 ‘악인’ 이상을 넘어선 이유를 부여했다.

영화 속 우종길이 단순하게 권력 상층부를 쫓는 이른바 ‘권력충(蟲)’의 하나로 보이지 않았던 것은 묘한 기시감이다. 그 기시감의 실체는 아무래도 이성민의 힘일 것이다. 정의파 의사의 모습도 ‘츤데레’ 부장님의 얼굴도, 삶의 무게에 억눌린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도 모두 담겨 있는 듯했다. 그게 바로 이성민이란 배우가 연기한 그리고 그의 연기가 갖고 있는 힘의 배경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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