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팔자가 그런 걸...' 역설적인 행복 철학
'네 팔자가 그런 걸...' 역설적인 행복 철학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6.01.21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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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삶은 불공평하다. 남들은 항상 나보다 좋은 조건에 있는 것 같다. 머리 좋은 누구는 내가 온종일 매달려도 풀지 못한 수학 문제를 몇 분 만에 해치운다. 부잣집 친구는 나로서는 꿈도 못 꿀 ‘럭셔리’한 해외여행을 마실가듯 떠난다. 인물 훤칠한 내 친구는 어딜 가나 인기 폭발이지만 평범하기 그지없는 내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뿐인가. 운동 신경이 뛰어난 친구, 예술적 재능이 남다른 사람들은 왜 그리 많은지!” (p.103)

당신을 우울하게 하는 것들이다. 공감이 간다면 ‘에픽테토스’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는 로마시대 노예였던 사람이다. 거기다 그는 절름발이였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불쌍하고 걸을 때 마다 절뚝거리는 노예인 나는 신의 친구다!”라며 밝게 소개하곤 했다. 우울하기 그지없었던 ‘황제 철학자’ 아우렐리우스도 그의 글에서 가르침을 구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그의 행복 비법은 뭐였을까? 바로 상식을 깨는 것. “힘내”라고 말하는 일반 사람들과 달리 그는 정반대로 말한다.

“세상만사가 다 그렇게 되도록 결정되어 있었어. 네 ‘팔자’가 그것밖에 안 되는 걸 어쩌겠어?” (p.105)

힘든 사람을 더 맥 빠지게 하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그의 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가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내가 가진 것, 나의 육체, 평판, 지위는 내 맘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믿음과 욕망, 혐오감 등은 내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 (중략) 만일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일에만 주목한다면, 내키지 않는 강요에 부딪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p.105~p.106)

에픽테토스는 인생을 연극에 비유한다. 연극은 진행과 결말이 이미 각본으로 짜여있다. 내가 거지 역할을 맡았다고 하더라도 배역에 충실해야 연극이 제대로 된다는 것. 행복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의 말에 수긍이 간다.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빛나는가.

현직 철학교사가 쓴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어크로스. 2015)은 “서툰 인생이라고 틀린 인생이 아니다. 조금 아쉽고 부족할 뿐이다.”라고 말한다. 남에게 인정받지 못해 조바심이 들 때, 내 안의 열등감이 나를 힘들게 할 때, 나이 듦이 두려워질 때 읽어보길 권하다. 책은 니체부터 소크라테스와 피터 드러커까지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를 탐구해온 이들의 인생론을 들려준다. 특히 철학이 어려운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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