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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고통에서 희망을 얘기하다

북데일리lpi@pimedia.co.krl승인2007.11.07 1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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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문단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사람은 황구라와 유구라다.’라는 우스개가 있었다. 얼마나 글을 잘 쓰면 구라도 사실인 것처럼 여겨진다고 말할까. 그 황구라가 황석영이다. 그는 만주에서 출생, 시대의 모순과 분단의 아픔을 문학으로 승화시킨 대표 작가다. 방북사건으로 복역을 하기도 하면서 이데올로기의 허구를 지적하고 민족 분단의 비극을 글로 써온 그가 이번에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세상을 얘기한 바리데기(창비. 2007)를 냈다.

책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주인공 바리는 북조선 여염집의 신통력 있는 막내딸이다. 90년대 북한사회가 겪은 식량대란이 어린 바리에게도 덮쳐와 식구들은 죽고 흩어지게 된다. 바리는 중국에서 발안마를 배워 일하다 영국으로 밀항한다. 거기서 발안마사로 자리 잡고 파키스탄인 2세 알리를 만나 결혼한다.

9/11 테러가 일어나 중동지방 사람에 대한 경계와 탄압이 강해지고 이슬람사람들의 저항의식은 높아질 때, 아프가니스탄으로 싸우러 떠난 동생을 찾으려고 간 알리의 소식이 끊긴다. 그 와중에 같이 밀항했던 중국인 언니가 약에 절어 비상금을 털어가고 소중한 딸이 죽는다.

줄거리를 훑기만 해도 슬프다. 그만큼 고통스런 장면이 많고 묘사를 너무 잘해 마치 겪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바리가 청진으로 걸어가면서 만나는 끔찍한 풍경들과 사람들, 탈북해서 겪는 사건들, 밀항선에서 벌어지는 지독한 상황들, 우여곡절들. 이러한 고통들을 이어놓으며 작가는 소설 속 인물의 입을 빌려 묻는다.

‘우리가 받은 고통은 무엇 때문인지. 우리는 왜 여기 있는지.’ - 본문 중에서-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보듯이 전쟁장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먹고 마시고 떠들었다.’ -본문 중에서-

전쟁 소식과 기아사태는 머리로만 안다. 그 다음이 없다. 세상을 바꾸려는 불꽃은 자욱한 연기만 남기고 꺼진 거 같다. 손을 잡고 소리치던 지난날에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보신주의와 기존체제의 상부에 편승하고자 바쁜 세태를 보면서 바리는 말한다.

‘나는 나중에 다른 세상으로 가서 수많은 도시들과 찬란한 불빛들과 넘쳐나는 사람들의 활기를 보면서 이들 모두가 우리를 버렸고 모른 척 했다는 섭섭하고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 본문 중 -

책 내용은 너무 아프게 다가왔고 부끄럽게 하는 물음을 던지게 했다. 침묵하는 대중을 대변하여 다른 사람, 다른 사회, 세상에 눈을 돌리기엔 지고 있는 짐들이 많다고 하소연을 하고 싶었다.

나도 죽을 거 같다고, 밥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핑계를 내놓으려고 하자 갑자기 내 삶이 초라해졌다. 만약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우연하게 중동에서 자라 무슬림이었다면, 또는 아프리카에서 산다면 어땠을까. 이러한 가정을 하며 한국과 다른 사회를 견주고 고통의 양을 재본다. 그리고 고통의 원인을 살펴본다.

‘사람들의 욕망 때문이래.’ - 본문 중 -

황석영은 소련의 해체, 북한식량난, 9/11 테러, 관따나모 수용소, 런던지하철 테러 같은 현재 진행하는 사건들을 뜨겁게 주물러 자기만의 신선한 형식으로 소설을 엮어냈다. 주인공이 겪는 환상을 소설에 끌어들여 보는 재미를 높였고 지옥 같은 현실을 성찰하게 한다. 그래서 그를 노작가라고 말할 수 없다.

그의 몸은 일흔에 가까워지지만 정신은 누구보다 뜨겁고 눈은 따뜻하면서 날카로웠다. 고통의 현장을 직시하지만 현실을 냉소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희망의 씨를 뿌린다. 책을 읽으면 희망을 일구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으로 느끼게 되는 건 그가 가슴으로 글을 쓰기 때문이다. 고통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작가를 보면서 많은 걸 느낀다.

‘사람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서라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 어떤 지독한 일을 겪을지라도 타인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 - 본문 중 -

[이인 시민기자 special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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