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VS책] 젊은 작가들의 유쾌한 실험
[책VS책] 젊은 작가들의 유쾌한 실험
  • 북데일리
  • 승인 2007.10.0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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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젊은 작가 김종광(36), 천명관(43)이 개성 넘치는 신작으로 돌아 왔다. 장편소설 <율려낙원국>(예담. 2007)을 발표한 김종광은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낙서문화사> 등으로 ‘탄탄한 문체’를 인정받은 실력파이다.

첫 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문학동네. 2007)를 펴낸 천명관은 김종광에 비하면 늦깎이 신인이다.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 2004년 소설 <고래>로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파란을 일으켰다. ‘천부적인 이야기 꾼’이라 불리는 천명관은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를 쓴 바 있다.

야경처럼 빛나는, 번득이는 상상력

두 작가의 공통점은 ‘기발한 상상력’에서 찾을 수 있다. 김종광의 <율려낙원국>은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역사소설’은 아니다. 아이디어만 차용 했을 뿐 인물, 스토리 구성, 주제 의식 등 모두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소설이다.

‘1권 - 도전 포획기’는 허생이 도적들을 굴복시켜 섬으로 데려가기까지의 과정, ‘2권 - 낙원 건설기’는 섬에 도착한 이들이 국가를 이뤄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천명관 역시 기발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작가. 그의 총천연색 상상력은 기존 한국 소설에서 접하지 못한 신선한 영역이다. 이번 소설집의 표제작인 ‘유쾌한 하녀 마리사’를 비롯해 ‘프랭크와 나’ 등이 보여주는 반전과 독특한 이야기 구성은 전작 <고래>에서 짐작한 가능성을 확인케 한다.

재미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들의 소설은 진중한 주제의식을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을 갖는다. 김종광은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문제 제기에 성실하다. <율려낙원국>이 지향한 ‘이상국가’는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원만할 것 같던 사회는 곧 혼란에 빠진다. 술과 노름, 간음에 빠져 허우적대는 구성원들에게 계속 자유를 줄 것인가 국가 차원에서 견제 할 것인가의 문제는 소설이 던지는 중요한 화두. 주인공 허생이 내리는 마지막 결론은 개인과 국가 간의 상관관계를 면밀히 되짚는다.

퇴직 후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는 중년의 사내, 일터로 떠나는 여자들. 천명관이 그리는 사회 또한 무심히 건널 수 없는 아픔이 배어 있다. 특히 ‘프랭크와 나’의 주인공 남편이 벌이는 해프닝은 이를 대표한다. 내용은 이렇다.

중소기업에 다니던 남편이 실직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아내는 쇼핑센터에 나가게 된다. 랍스터 사업으로 성공하겠다며 캐나다로 떠난 남편. 그는 예정된 일주일을 넘어 수개 월간 한국에 돌아오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아내는 남편의 비행기 값은 물론 체류 비용을 대느라 엄청난 빚을 낸다. 삶의 아이러니를 비트는 날카로운 시선은 읽은 후에도 오랜 잔상을 남긴다.

김종광에게 <율려낙원국>이 새로운 영역의 신호탄이라면 <유쾌한 하녀 마리사>는 천명관의 실험 무대다.

김종광은 <율려낙원국>을 시작으로 매년 한편 이상 집필 해 ‘율려인 이야기’ 시리즈를 완성할 예정이다. 전작 <낙서문화사>에 실은 단편 ‘율려 탐방기’는 율려 시리즈의 예고편이었던 셈.

이와 달리 <유쾌한 하녀 마리사>는 천명관의 가능성을 보여 준 평가전이다. 그의 스펙트럼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고래>에서 보여준 상상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확인케 하는 체험관이기도 하다.

연령과 데뷔시기 모두 다른 두 작가이지만 자신의 소설 세계를 하나로 규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실험 중이라는 점에서 김종광과 천명관은 한국 문단의 흥미로운 예고편이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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