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명문장] 양념간장에 착착 비벼 먹는 은어밥 아세요
[책속 명문장] 양념간장에 착착 비벼 먹는 은어밥 아세요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20 0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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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못 잊을 어머니 손맛> 구활 글 / 이숲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은어는 성질이 마르다. 행동이 날랜 만큼 성깔도 급하다. 제 성질을 못 이겨 자해 소동을 벌이는 사람을 보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은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은어는 신사다. 되는 것은 되고 안 되는 것은 죽어도 안 되는 기질이 있다.” (p.212)

어머니의 손맛처럼 그리운 고향음식 이야기 <죽어도 못 잊을 어머니 손맛>(이숲. 2010)은 우리의 추억을 일깨워 주는 다양한 음식이 등장한다. 필자가 후배와 투망으로 잡아 올린 은어를 넣고 지은 ‘은어밥’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은어밥은 군용 반합으로 해야 제격이다. 씻은 쌀 속에 은어 대가리를 하늘로 향하게 세우려면 그릇의 깊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곱 마리의 은어를 쌀 속에 키대로 가지런히 세워 밥을 한 뒤 젓가락으로 대가리를 집어 올렸더니 살은 밥에 묻히고 뼈만 살짝 올라왔다. 갖은 양념장으로 비벼 “자, 밥도 한술씩 먹자”며 내밀었더니 모두가 “세상에! 은어밥은 난생처음이야“라며 혀를 내두른다.

은어는 귀물이다. 귀한 것은 스스로 고결하기에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래서 은어는 2급수 이상 맑은 물에서 오로지 물이끼만 먹고 자란다. 위급할 때 잡혀서 죽느니 차라리 자결을 택하는 지사(志士)의 풍모를 지니고 있다. 귀물 은어는 회도 맛있고 소금구이는 물론이고 은어밥도 맛있다. 양념간장에 착착 비벼 먹는 은어밥. 소금구이 안주로 소주 한잔 마시고 그늘에 누우니 여름 대낮은 하나도 덥지 않다.” (p.213~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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