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절실한데 물에 물 탄 당국..은행 현지화평가 실효성 실종
해외진출 절실한데 물에 물 탄 당국..은행 현지화평가 실효성 실종
  • 김은성 기자
  • 승인 2015.11.19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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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은행 해외점포 현지화 평가제도' 15개 등급으로 실효성 적어

[화이트페이퍼=정희윤·김은성 기자] 은행이 해외사업을 키워 수익기반을 확충하는 일이 시급한데도 금융당국이 실효성 없는 현지화평가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아 빈축을 사고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 중국이나 미국처럼 이미 국내 은행이 많이 진출한 지역에 새로 진출하는 은행은 평가등급이 깎인다. 반면 진출이 드물거나 새로운 지역을 개척하는 은행 등급은 올라간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은행 해외점포 현지화 평가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개선안에 따르면 7개 이상 은행이 진출한 나라에 새 점포를 내는 은행은 종합등급이 1단계 내려간다. 반대로 최초로 진출해 개척하면 종합등급이 1단계 내려간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등급의 오르내림은 은행들의 경영판단에 별반 영향을 주지 못할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번 개선안을 내면서 현지화 평가등급을 1에서 5에 이르는 5등급 체계에서 1에서 15까지 이르는 체계로 바꿨다. 한 두 등급 오르내림으로 영향이 커지기 어렵게 된 것이다.

게다가 금감원은 은행경영에 실질적 패털티나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었던 개별은행 평가등급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평가결과는 은행경영진에게 전달된다. 상장 금융지주사 주력회사이거나 은행 스스로가 상장사여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더라도 해외사업을 얼마나 잘 하는지 알 길을 막아버린 셈이다. 평가등급을 공개하면 시장과 대중의 관심을 통해 해외사업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 효과가 무력화된 것이다.     

결국 금감원과 해당 은행만 알고 간직하는 평가결과로 전락해 현지 직원뿐 아니라 현지인 간부 비율 평가를 추가하는 개선 내용이 빛이 바랬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화 평가에서 상위권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진 A은행 한 관계자는 "좋은 등급을 받으나 나쁜 등급을 받으나 은행간 비교가 불가능하면 경영진들이 참고로 활용할 부수적 지표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B은행 관계자는 "해외 점포 신설은 우리 나라와 경제교류가 얼마나 많고 기업진출이 얼마나 활발한지, 그리고 다른 외국은행과 경쟁에서 승산이 있는 지역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쏠림 현상이 당연한 현상일 수 있다"고 반론을 폈다.

C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사전협의 관행을 없애고 현지 당국 인가를 받으면 사후보고하도록 해놓은 상황에서 해외사업 확대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각 은행이 감당하도록 두면 될 일"이라며 "집중 진출국이라 해서 추가진출을 만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에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 이후 해외사업 담당자들과 면담을 통해 다른 은행의 우수한 사례를 전파하고 컨설팅 역할을 강화하는 등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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