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뭐라고>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우리 사회도 100세 시대에 돌입했다. 누구나 장수를 꿈꾸지만 은퇴 후 생활비 문제가 고민이다. 하지만 돈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바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다.
<사는 게 뭐라고>(마음산책.2015)에서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노파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기이하지만 사실적이다. 내 모습이 될까봐 무섭다.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벽을 등지고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전부 여자였다. 전부 할머니였다. 그 중 넷은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었다. 전부 늦은 아침을 먹는 듯했다. 전부 홀몸으로 보였다. 예전에 파리 변두리의 식당에서 매일 밤 같은 자리에 앉아 혼자 저녁을 먹는 노파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목을 앞으로 굽힌 채 혼신의 힘을 다해 고기를 썰고, 기이할 정도의 에너지로 고기를 씹어 삼키고 있었다. 나이는 아흔 쯤으로 보였다. 녹색 모자를 쓰고 음식에 몰두하며 무언가 못마땅하다는 듯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대로 '퍽' 하고 고꾸라져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서 조마조마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접시가 핥기라도 한 것처럼 깨끗이 비어 있어서 경악했다. 지팡이를 짚고 비틀거리며 문 밖의 빛 속으로 사라진 코트 뒷모습은 고집불통 고독의 덩어리였다. 그대로 저세상을 향해 가는 것처럼 보였다." -12~13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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