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강남구' 개발이익 갈등 증폭..강남 투기 역사
'나홀로 강남구' 개발이익 갈등 증폭..강남 투기 역사
  • 유수환 기자
  • 승인 2015.08.20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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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한전부지 강남 개발에 사용해야" vs "서울시 균형발전위해 사용해야"
▲ 서울 강남구는 한전부지 개발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강남에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강남구 주민들이 붙인 관련 현수막.

[화이트페이퍼=유수환 기자] “무한 경쟁이 인정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시대에 ‘골고루 나누어 사용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데 이를 즉각 중단시켜주시기 바랍니다.”

강남 지역 곳곳에 붙어있는 현수막 내용 가운데 하나다. 옛 한국전력 부지 개발로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는 내용이다. 강남구는 강남 지역 개발로 발생한 공공기여금을 강남구가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강남구의 이런 반응에 비강남권 지역의 여론은 좋지 않다. ‘서울시 구청장협의회’는 “강남의 발전은 강북에 희생에 의한 것”이라며 ‘강남·북 균형발전론’을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강남과 강북의 격차는 박정희 정부의 개발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주장한다. 

♦ 강남구 범구민비대위 “공공기여금 나눠주는 것은 박원순 시장 업적 쌓기”

서울 강남구 범구민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시가 추진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 결정 고시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이 소송에 강남구민 1만5000여 명이 참여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도 강남구민 자격으로 소송에 참여했다.

비대위 장영칠 공동대표는 “우리가 꾸준히 협상하자고 제안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거부했다. 강남구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답변서가 왔다”며 “오죽하면 우리가 큰 돈을 들여 소송을 했겠냐”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가 20개 구청장을 통해 공공기여금을 나눠 쓰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북 사람들의 발상과 같다”며 “이는 박원순 시장이 업적 쌓기”라고 비난했다. 

그는 “한전부지에 115층 높이의 대형건물이 들어서면 교통체증이 극심해진다”며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우선 강남구에 (영동대로) ‘원샷 개발’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남구 관계자도 “지역이기주의로 비치고 있지만 본질은 아니다”라며 “서울시가 종합운동장 확대를 추진하면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공공기여금을 주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시는 최근 종합무역센터주변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을 송파구 지역인 잠실운동장까지 포함한 국제교류복합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변경해 고시했다. 하지만 강남구는 지구단위계획 구역이 송파구까지 확대된다며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구의 이런 반응에 여론은 싸늘하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지난 10일 성명에서 한국전력 부지 개발에서 발생하는 약 1조 7000억원의 공공 기여금을 타 지역에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청장협의회는 “현행 규정대로라면 다시 강남에만 개발이익이 돌아가 강남북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공공기여금 활용 범위를 동일 생활권인 서울 전체로 확대할 수 있는 내용으로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 회장인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은 “지금의 강남 발전은 강북 주민을 비롯한 서울시민 모두가 함께 이뤄 낸 결과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강남 왜 개발했나?

개발로 발생하는 공공기여금 논란에 휩싸인 강남은 사실 정권의 개발 산유물이다. 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전강수 교수의 논문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강남개발’은 강남 개발의 역사적 배경을 언급한다.

전강수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박정희 정부가 대대적인 강남 개발을 추진한 이유는 크게 네가지다. 첫째 당시 냉전체제(분단체제)로 인한 안보 불안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은 휴전선에서 40km 떨어져 있는 강북에 인구와 시설이 느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둘째 당시 강북 지역의 택지는 거의 다 개발된 상태로 인구 유입에 한계가 있었다. 셋째 정치자금 조달이다. 아울러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강남 개발에 탄력을 붙게 했다. 박정희 정권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추진되면서 재원이 부족해지자 영동지구 구획정리 사업을 하게 된다.

♦ 강남개발 촉진했으나 강북은 규제

당시 박정희 정권은 강남 개발을 촉진한 반면 강북 개발을 규제했다. 영동대교, 잠실대교, 성수대교는 박정희 정권 시기에 건설된 다리다. 검찰청도 강남으로 옮겼다. 또한 정부는 유명 고등학교를 강남으로 옮겨 8학군을 만들었다. 1976년 경기고가 강남 삼성동으로 옮겼고 이후 휘문중고, 서울고, 배제고, 경기여고 등이 강남으로 이사했다.

반면 박정희 정권은 강북 일대에 백화점, 도매시장, 고장, 고등학교, 유흥업소 신설을 억제했다. 또한 강북 지역 도심 일대 넓은 지역을 재개발지구로 지정해 일반건축물의 신축·개축·증축을 금지했다

박 정권의 지역 불균형 개발 결과 1963년부터 1979년까지 16년간 강남구 학동의 토지값은 1333배, 압구정동은 875배, 신사동은 1000배 올랐다. 같은 기간 강북인 중구 신당동, 용산구 후암동은 각각 25배 오르는데 그쳤다. 

전강수 교수는 논문에서 “‘강북=낙후지역’이라는 인식으로 사람들에게 통용되게 된 데는 정부의 적극적인 강북 개발억제책 탓이 컸다”며 “그것은 결코 강남의 눈부신 발전에 따른 강북의 상대적 지체 때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투기 세력의 텃밭'된 강남

우리나라 부동산 투기는 박정희 정권의 강남 개발에서 시작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박정희 정권은 1973년에 영동 구획정리 지구를 개발촉진지구로 지정했다. 정권은 영동지구에서 부동산투기억제세(양도소득제), 국세, 취득세, 등록세, 재산세, 도시계획세, 면허세를 면제했다. 전강수 교수는 논문에서 “보유세인 재산세와 도시계획세를 면제한 것은 마음껏 부동산투기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경상대 경제학과 장상환 교수도 자신의 논문 ‘해방 후 한국자본주의 발전과 부동산 투기’에서 “1970년대 최대의 부동산투기는 강남 신도시 개발”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논문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위해 강남 개발을 서둘렀다. 토지보상비 없이 도로용지를 확보하느라 강남 개발을 서둘렀다”고 지적했다.

논문에 따르면 박정희 정권은 택지개발을 하면서 부지를 사들이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은 해당 부지에 3분의 1만 체비지(도시지역사업을 할 때 그 비용을 토지로 받기 위해 남겨두는 토지)로 공제해 원래 땅 주인에 돌려줬다. 영동개발의 전체 규모는 900만평이다. 이 사업은 말죽거리(양재역 부근)의 부동산 투기를 유발했다. 1966년 초 3.3㎡ 당 200~400원 수준이던 땅값이 1968년에 3.3㎡당 6000원으로 올랐다.

정권의 강남 특혜로 오늘날 강남 부동산 시장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원식 의원 손낙구 보좌관은 자신의 저서 ‘부동산 계급사회’에서 “강남3구 공동주택 가격 총액은 대기업 9개를 살 수 있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손낙구 보좌관은 저서에서 “(정부가 발표한) 강남 서초 송파구 공동주택 가격 총액(2007년 1월 1일 기준)은 206조원이었다. 다음날인 1월 2일 주식시장 기준 시가총액 10대 기업의 주식값은 270조 원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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