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장]은하수 내린 밤, 두렵도록 요염하다
[명문장]은하수 내린 밤, 두렵도록 요염하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7.08 0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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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중에서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하면 떠오르는 전무후무한 첫문장이다. 겨울과 어울리는 소설이기도 하지만, 여름밤에 마주하면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문장이 있다. 올 여름 더위를 피해 시원한 『설국』의 세계로 빠져보는 건 어떨까?

 ‘은하수의 환한 빛이 시마무라를 끌어올릴 듯 가까웠다. 방랑중이던 바쇼가 거친 바다 위에서 본 것도 이처럼 선명하고 거대한 은하수였을까. 은하수는 밤의 대지를 알몸으로 감싸안으려는 양, 바로 지척에 내려와 있었다. 두렵도록 요염하다. 시마무라는 자신의 작은 그림자가 지상에서 거꾸로 은하수에 비춰지는 느낌이었다. 은하수에 가득한 별 하나하나가 또렷이 보일 뿐 아니라, 군데군데 광운(光雲)의 은가루조차 알알이 눈에 띌 만큼 청명한 하늘이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은하수의 깊이가 시선을 빨아들였다.’ (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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