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의 '인생이란 바둑판에서 사는 법'
조훈현의 '인생이란 바둑판에서 사는 법'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6.28 2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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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흑과 백의 바둑돌 180개를 가지고 게임을 하는 바둑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조훈현이라는 이름은 알 것이다. 바둑의 고수 그가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인플루엔셜. 2015)에서 바둑과 인생에 대해 말한다.

 책은 바둑에 대한 에피소드와 함께 바둑을 통해 들려주는 인생 조언이라고 해도 좋을까. 바둑 신동으로 열한 살에 부모의 품을 떠나 일본에서 9년 동안 세고 선생님께 바둑을 배운다. 선배가 부추겨 내기 바둑을 두어 스승에게 쫓겨나 접시닦이 신세가 된 일은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큰 가르침을 준다. 일본에서 돌아와 서른한 살에 이창호를 제자로 삼은 것도 놀랍다. 바둑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아홉 살 이창호는 바둑을 인생으로 택했을까?

 서봉수와는 항상 짜장면 내기를 했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절대 지고 싶지 않은 상대가 되었다니 진정한 경쟁자가 아닐까 싶다. 프로 갬블러로 잘 알려진 차민수가 바둑 프로 기수였다는 사실도 놀랍다. 바둑 용어조차 모르는 이에게도 흥미로운 사연이다.

 바둑을 통해 그가 전하고 싶은 조언은 단 하나다. 바로 생각의 힘이다. 바둑 한 수를 두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생각만이 정답이라고 말한다. 하여 아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할 뿐 방법을 알려주지 말라고 한다. 생각의 자유, 멋지다. 아니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이제까지 어떤 틀에 갇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의 자유를 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들은 개성이 강해지고 자아가 단단해진다. 인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끌어갈 자신감과 확실한 인성이 형성될 수 있다.’ (36쪽)

 바둑을 전혀 모르지만 책을 통해 바둑에서 가자 중요한 건 수 읽기와 복기하기로 보인다. 상대방의 수를 읽는다는 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거기다 바둑 경기가 다 끝난 후 두었던 바둑을 처음부터 다시 두는 복기는 패배자에겐 정말 잔인한 일이다. 그러나 복기가 없다면 발전도 없을 것이다. 비단 바둑에서만 그 의미가 특별한 건 아니다. 복기는 자아성찰로 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둑판 위에 서 있다. 돌을 던지고 나가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에겐 보여주지 못한 수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 (123쪽)

 바둑 한 수를 두기 위해 짧은 시간 생각은 이어진다. 늘 전체를 생각하고 판을 보고 돌을 던지고 나가는 것. 그것은 인생과 닮았다. 조훈현의 말처럼 돌을 던지고 나가는 순간 게임은 끝나지만 단 한 번의 게임으로 바둑이 끝나는 게 아니듯 인생도 그러하다. 바둑을 아는 이에게는 더욱 요긴하게 다가올 책이다. 인생이라는 바둑판에 사는 모두에게도 나쁘지 않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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