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시인은 별에 이름 붙여주는 사람”
안도현 “시인은 별에 이름 붙여주는 사람”
  • 북데일리
  • 승인 2007.04.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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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연어>(문학동네. 2006)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책이다. 저자인 시인 안도현은 맑은 상상력과 섬세한 감수성으로 성인독자들이 잊고 지내던 동심을 되살려냈다.

시인 김용택은 “프랑스는 <어린 왕자>가 있고, 이제 우리 땅엔 안도현의 <연어>가 있다”고 상찬한 바 있다.

연령, 성별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는 뜻.

안도현의 신작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실천문학사. 2007) 역시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이다. 그가 발표한 첫 동시집으로 말과 사물, 자연을 ‘놀이도구’ 삼아 삶의 이치를 전한다.

“그 많던 쇠똥은 / 다 어디로 갔을까?” (‘쇠똥구리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

“(배) 배가 고프니? / (꼬) 꼬르륵꼬르륵 / (ㅂ) 밥 먹어야 할 / (시) 시간이라고? / (계) 계산 하나는 잘하네” (‘배꼽시계’)

전자는 아이로 하여금 사물의 이름과 뜻을 자연스럽게 깨우치게 하는 시. 후자는 4행시를 은근슬쩍 5행시로 바꾸는, 밉지 않은 억지를 부려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이처럼 아동문학이 지닌 최대의 미덕은 다양한 연령대를 포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어른에게는 추억을, 아이에게는 꿈을 선사한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어떤 이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지녔기에.

안도현 또한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서문을 통해 동심이 지닌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인이란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요? ‘밤하늘의 별에다 이름을 붙여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은, 밤마다 같은 자리에서 반짝이는 이름난 별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왔다가 사라지는 별똥별, 아니면 아직 이름이 붙지 않은 낯선 별에 남다른 호기심을 보내는 사람이 시인이지요. 그렇게 되기 위해 무엇보다 어린이의 눈을 가져야 하는 사람이 시인입니다.”

시를 쓰게 하는 힘, 세상만물을 시의 소재로 만드는 힘이 바로 동심인 것. 책에 실린 ‘농촌 아이의 달력’은 어린이의 시선이 특히 잘 살아난 작품이다.

“1월은 유리창에 낀 성에 긁는 달 / 2월은 저수지 얼음장 위에 돌 던지는 달 / 3월은 학교 담장 밑에서 햇볕 쬐는 달 / 4월은 앞산 진달래꽃 따 먹는 달 / 5월은 올챙이 뒷다리 나오는 것 지켜보는 달 / 6월은 아버지 종아리에 거머리가 붙는 달 / 7월은 매미 잡으러 감나무에 오르는 달 / 8월은 고추밭에 가기 싫은 달 / 9월은 방아깨비 허리 통통해지는 달 / 10월은 감나무 밑에서 홍시 조심해야 하는 달 / 11월은 엄마가 장롱에서 털장갑 꺼내는 달 / 12월은 눈사람 만들어놓고 발로 한 번 차보는 달” (‘농촌 아이의 달력’)

한편, 책의 삽화는 일러스트레이터 정문주가 맡았다. <탄광 마을 아이들> <내 이름은 개> 등에서 어린이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그림을 그려온 작가다. 이번 작품에서도 아기자기하고 따사로운 스케치로 동시에 정감을 더했다.

[서희선 기자 samecor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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