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로 수프를 만든다굽쇼?
돌멩이로 수프를 만든다굽쇼?
  • 북데일리
  • 승인 2007.04.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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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전쟁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세 명의 군인. 이틀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탓에 기진맥진한 이들 시야에 마을 하나가 들어온다. 드디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기쁨에 군인들은 한달음에 달려간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얼른 음식을 숨기고는, 농사를 망쳐 자신들도 굶주리고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모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식구는 많았고 식량은 늘 부족했다.

상황을 간파한 군인들은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곧 첫 번째 군인이 소리쳤다.

“우리는 배고픈 군인들입니다. 낯선 마을에서 먹을 것을 좀 얻어 볼까 했지만, 마을 사람들 먹을 것도 부족하군요.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없이 돌멩이 수프를 만들어 먹기로 했습니다.”

돌멩이 수프라니, 듣도 보도 못한 음식 이름에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이에 아랑곳 않고 조리를 준비하는 군인들. 커다란 솥에 물과 돌멩이 세 개를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사실 속셈은 따로 있었다. 군인들이 짜낸 묘안은 지금부터 펼쳐진다.

“수프에는 소금과 후추가 있어야죠.”

“이런 돌멩이면 아주 맛있는 수프가 될 거에요. 아, 하지만 당근이 좀 있으면 수프 맛이 훨씬 좋아질텐데...”

“쇠고기 약간하고 감자 몇 개만 있으면 부잣집 식탁에도 오를 만한 훌륭한 수프가 될 텐데.”

그들이 주문을 할 때마다 어떤 맛일지 궁금해 하며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필요한 재료를 하나씩 들고 나타난다. 결국 그 재료 덕에 훌륭한 수프가 완성되고, 군인들과 마을사람들은 다함께 수프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림책 <돌멩이 수프>(시공주니어. 2007)는 이처럼 군인들이 지혜를 발휘, 냉랭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쇠고기 약간만 넣어도 부잣집 식탁에 오를 만한 훌륭한 수프가 된다니 그 정도야...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숨겨 두었던 음식을 하나둘씩 가지고 나온다. 동시에 굳게 채워둔 마음의 빗장도 조금씩 열어간다.

아동문학 평론가 김서정은 “마을 사람들 모두가 먹을 것을 조금씩 가지고 나와 한데 섞어 수프를 만들었다는 대목은 아주 의미심장하다”며 “더하고 나누는 이상적인 공동체가 제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평한다.

그의 말처럼 마을 사람들은 돌멩이 수프를 끓이면서 조금씩 변화해간다. 굶주리고 핏기 없던 얼굴은 기대와 설렘으로 달아오른다. 자기 자신을 챙기기에 급급하던 사람들이 하나로 뭉친다. 결국 돌멩이 수프에 가장 필요한 재료는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아닐까.

<돌멩이 수프>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운 극 속 ‘돌멩이 수프’처럼, 아이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덥혀줄 ‘착한’ 그림책이다.

[서희선 기자 samecord@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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