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시락] [책속의 명문장] 꼬리를 흔드는 보리 싹
사래 긴 보리밭은 초록색이 자리를 펼쳐 놓은 듯, 이랑마다 새파란 먹물을 튀겨 놓은 듯 생생하다. 벌써 한 두어 치가량이나 뾰족뾰족하게 자라났다. 비만 한 번 흐뭇하게 내리면 우쩍 자랄 것 같다. 그 곱다란 보리밭을 아침 바람이 보드랍게 어루만진다. 그러면 보리 싹은 강아지풀처럼 조그만 꼬리를 살래살래 흔든다. -심훈, <영혼의 미소>, <책벌레들의 동서고금 종횡무진>중에서 재인용.
‘강아지풀처럼 꼬리를 살래살래 흔든다.’는 표현이 귀엽다. 아이들을 외가에 맡겨놓았을 때 일이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작은 녀석의 뒷모습이 보였다. 녀석은 막 걸음마를 뗀 후였는데 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아빠를 알아봤다. 순간 표정이 커튼을 젖힐 때처럼 활짝 밝아오더니 넘어질듯 아장아장 품에 안겼다. 그 모습이란! 영락없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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