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로가 된 작은 강아지 이야기
삶의 위로가 된 작은 강아지 이야기
  • 신 현철
  • 승인 2014.10.15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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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동화같은, 자스민 어디로 가니?

[북데일리] 솔직히 고백하면 개는 집안에 들여놓고 키우면 안된다. 밥은 주인이 먹다 남은 걸 주면 된다. 따뜻한 털이 있는데 이쁜 옷을 입혀서 뭐하나.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비난하지 마시라. 어렸을 적에 그렇게밖에 키워보지 못했다. 애완동물을 넘어 반려동물이라고 하는 것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가족으로 편입시켜 주는 것도 거부감이 드는데 평생의 반려자라니.

나의 메마른 감성에 비애감이 든다. 각박한 세상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 어렸을때 마당에서 키웠던 조그만 강아지 한마리가 떠오른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겨울이었다. 너무 어린 강아지라서 처음엔 지하실에서 지내야 했다. 집안엔 들어올 수 없었으니까. 그때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지하실이라도 어딘가. 지하실을 너무 무서워했지만 그 겨울을 강아지와 함께 보냈다.

고양이도 한마리 있었는데 따뜻한 내 방에서 같이 지냈다. 그것이 개와 고양이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전래동화에서도 그렇다고 했다. 난 못마땅해서 고양이를 많이 괴롭혔다. 그래도 나와 강아지와 고양이는 정말 사이가 좋았다.

김병종 교수의 <자스민, 어디로 가니?>(열림원, 2014)는 표지의 강아지 그림이 귀여워서 펼쳐보게 되었다. 토종개같은 친근함, 하지만 포메라니안이란다. 개의 품종에 대해 잘 몰라서 검색해 보니 익숙한 강아지다. 김병종 교수는 <라틴화첩기행>을 끝으로 더 이상 잡문을 쓰지않기로 결심했다. 그 결심을 깬 것은 16년 동안 함께 한 애완견 자스민 때문이었다.

저자 또한 애완견에 있어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이었다. 자스민도 엉겁결에 키우게 되었고 처음 왔을때 마뜩지 않았다. 어느 늦은 밤, 문 앞에 웅크리고 있는 자스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그의 손을 핥았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자스민에게 마음을 열고 좋아하게 되었다.

그 밤, 자스민이 어둠 속에서 내 손을 따스하게 핥던 그때, 나는 생명의 온기란 종(種)을 넘어서는 것임을 깨달았다. 어린 생명체로부터 전해지는 감정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그날의 경험은 동물에 대해 별로 호의적이지 않았던 생각을 교정해주었고, 생명에 대한 사색의 깊이를 더해주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 38쪽

그렇게 자스민은 그의 가족과 16년을 함께 하다가 급성 췌장암으로 숨을 거뒀다. 긴 시간 동안의 유대감으로 인해 쉽게 씻길 수 없는 슬픔이었다. 그는 글을 통해서 슬픈 마음을 풀고 싶다고 했다. 책엔 자스민과 함께 했던 날들이 절절하다. 화가인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도, 자스민의 시선으로 쓴 글도 마치 한편의 잔잔한 동화같다.

자스민에게 고마운 것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세월과 함께 깊어갈 상실감 같은 것을 가져볼 새도 없이 늘 똑같은 모습을 하고 늘 함께 있어주었다는 것. - 133쪽

사람은 상처를 주기도 하고 떠나가기도 한다. 우리는 한결같은 존재가 곁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개는 늑대를 길들이면서 여러 종으로 분화했다고 한다. 태초에 인간에게 다가왔던 늑대는 인간을 위로해주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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