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 사회를 살아가는 법
불평 사회를 살아가는 법
  • 신 현철
  • 승인 2014.10.14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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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욱 교수의 '명랑소설(笑說)'

[북데일리] 조선일보를 구독하게 된 이유는 순전히 토요일에 발행되는 위클리 비즈와 주말 매거진, 신간 책소개 코너를 보기 위해서였다. 특히 위클리 비즈팀이 세계의 유명한 리더들을 인터뷰한 내용은 꼭 챙겨보고 있다. 얼마전 재레드 다이아몬드, 세스 고딘, 미야자키 하야오 등 30인 리더의 인터뷰 기사를 모은 <더 인터뷰>가 책으로 나왔을때는 반갑기까지 했다.

그 외에 주말판 조선일보에서 서서히 눈에 띄는 코너가 생겼다. 바로 남정욱 교수의 '명랑소설(笑說)' 컬럼이다. 이 또한 책으로 나왔다. 제목은 <불평사회 작별기> (루비박스, 2014). 남정욱 교수를 똑닮은 캐리커쳐의 표지에 부제는 이렇게 씌여있다. '보수계의 순정마초 남정욱의 명랑笑說', '불평, 눈물, 위로는 이제 그만!'.

저자는 방송작가로 시작하여 영화 프로듀서, 출판사 편집장, IT업체 대표를 하다 우연히 신춘문학상에 소설이 당선되어 글쓰기를 시작했다. 현재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그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라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조선일보의 여타 보수 성향의 딱딱한 컬럼과 오피니언 사설에 비해 눈에 쏙쏙 들어오는 그의 글은 글쟁이만의 매력이 묻어있다.

그 매력이란 게 기득권을 옹호하는 편협한 보수 논객이 아닌 진보에 비해 말못하는 보수층을 솔직하게 대변하는 목소리란 것이다. 글쟁이답게 글을 뒤집고 비틀고 꼬집어 읽는 이의 뇌에 짜릿함까지 전해준다. 눈치보지 않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명문대를 비껴간 대다수의 청년들에게 성공한 서울대 졸업생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공허한 위로일 뿐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또 지금의 한국 사회를 '불평을 조장하는 사회'로 진단하고 일이 잘 안풀리면 부모 탓, 세상 탓만 한다고 돌직구를 날린다. 거기에 작은 위로라도 바라지 말라. 인생은 내가 노력한 만큼 딱 거기까지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충고한다. 마치 싫은 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맏형처럼 말이다.

20대 중반에는 후배들에게 돈 생기면 책 사보라고 했다. 사회에 진입하고 나니까 그게 아니었다. 돈 생기면 옷 사 입으라고 했다. 사람이 걸친 게 좋아지면 발걸음이 당당해지는 법이다. 그러고 나서 보니까 진짜 중요한 건 옷이 아니라 옷걸이였다. 좀 고치라고 했다. 지금은 다시 책 보라고 한다. 기껏 그 소리냐고? 어느 글인가에도 썼었다. 쉬워서 진리이고 실천하기 어려워서 진리라고. 한 가지 잊었네. 지금은 죽어라, 책보라고 한다. 죽어라고. - 19쪽

책에서 위로만 받으려는 요즘 세태에 이런 책도 필요하리라. 저자도 불평을 입에 달고 살았다. "사회는 논리의 작품이 아니라 역사의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꽤 순수한 이성을 가진 젊은이는 이 낡은 모습의 건물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다"는 귀스타브 르 봉의 <혁명의 심리학>의 구절을 좀 더 빨리 접했다면 불평의 시간에서 벗어나 훨씬 건설적인 나를 만들었을 것이란 후회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당시의 한심한 심정과 욕구에 대한 반성문이라고 저자는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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