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유혹으로부터 살아남기
말의 유혹으로부터 살아남기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10.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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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정치적 인간으로 사는 삶을 꿈꾸며

[북데일리] 빨간색 표지가 눈에 띈다. 올해 유행이다시피 한 노란색 표지들과 대조적이다. 그림도 인상적이다. 식물의 줄기와 잎을 이용해 사람 얼굴을 나타냈다. 눈, 코, 입, 머리 등을  특이하게 표현했다. 표지가 신선하다. 상상력이 풍부한 표지디자인은 책 속에 생각거리가 많음을  알려주는 것 같다.

<사람의 거짓말, 말의 거짓말>(천년의 상상.2014)는 언론 및 대중문화 강의를 하며 틈틈이 글을 써온 남재일 교수가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사회 일반을 날카롭게 분석한 산문집이다.

유혹은 힘이 세다. 보통 달콤한 말로 거짓말을 포장하고 유혹한다. 저자는 ‘말의 거짓말’과 ‘사람의 거짓말’을 이야기 한다.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1%의 유혹이 “돈을 더 벌면 행복해질 수 있겠지”라는 99%의 순응을 만들어 낸다. 유혹의 정치는 99%의 물질적 생활뿐만 아니라 사람 관계와 개인의 정서까지 망쳐놓는다.

저자는 슬라보이 지제크의 말을 빌려 말한다. “우리는 동의의 형태로 기만당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 속에는 1%지배자들이 만들어낸 유혹의 매세지가 담겨 있다. 이는 체제가 하는 말의 거짓말이다.

‘말의 거짓말’이 켜켜이 익숙한 규범, 도덕, 법, 정치, 문화 사회를 구성한다. 저자는 개인들은 단순히 속은 것뿐 아니라 자본가(혹은 권력자)들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가 제시하는 판타지 속에서 자시의 욕망을 실현할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라 말한다.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지,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면 행복해질 수 있겠지”라는 환상에 스스로를 옭아매며 자본의 유혹을 자신의 신념으로 복제하는 말과 행동이 ‘사람의 거짓말’이다.

저자는 유혹의 정치가 만연한 사회에서 “유효하지만 의미 없는 법에 복종하는 삶은 어떤 것인가?” 묻는다. 그리고 준법적 인간과 윤리-정치적 인간을 구별한다. 저자는 법에 의해 방치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개인으로서 자신만의 표지를 따라 법 바깥으로 탈주하는 삶을 함께 살자고 촉구한다. 자기 내면이 윤리를 따르고 타자들과 맞닿으며 이것이 정치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삶을 꿈꾼다.

우리 사회에서 되풀이 되고 있는 단말마적 비극 앞에서 이 책은 훌륭한 진통제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을 노출하는 방식은 때로 과격하며 사회의 무덤덤함에 대한 ‘찌름’은 아프다. 성폭행과 성매매의 간극, 동성결혼, 사형제 폐지론의 개운치 않은 뒷맛, 언론, 문화재와 유적에 관한 이야기 등 불편한 이야기를 드러낸다.

‘말의 거짓말’과 ‘사람의 거짓말’이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는 우리 사회에 저자는 조그만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저자의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 기만과 위선의 가면을 벗고 남루한 민낯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것이 반反유혹의 삶을 실천하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서문에서 <이수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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