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먹고 사는' 법
글로 '먹고 사는' 법
  • 오명호
  • 승인 2014.09.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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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칼럼니스트들의 노하우

[북데일리] 바야흐로 '글쓰기의 르네상스'다. 누구나 쉽게 글을 발표할 수 있는 시대다. 신문이나 잡지, 전문 매체에만 글을 기고했던 예전과는 달리, 블로그, 카페, SNS 등으로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독자들과 만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전 국민이 '칼럼니스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다고 해서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더구나 직업으로 삼는 일은 또다른 이야기다. 우리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렸기 때문이다.

신간 <칼럼니스트로 먹고 살기>(왓북.2014)는 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칼럼니스트'가 주업인 사람들. 그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성공 비법은 무엇인지, 한 달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평범한 사람들이 칼럼니스트가 되는 입문방법에서부터 글쓰기 비법 그리고 가장 민감한 부분인 돈 버는 노하우까지, 책은 각 분야 현직 칼럼니스트 15명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의 모든 것을 파헤친다.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들은 전문 칼럼니스트가 아니다. 스스로를 '글쟁이 집단'이라 부르는 그들은 6명의 자유기고가로 구성된 '텍스트 라디오'의 맴버들이다.

"저희도 궁금했습니다. 전문적으로 칼럼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이죠. 그래서 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각 분야의 칼럼니스트들을 조사하고, 그 중 인터뷰이로 적합한 분들의 연락처를 찾고, 수십 장에 달하는 질문지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각 분야의 칼럼니스트들께서 흔쾌히 만남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프롤로그 중

'과부 사정 홀애비가 안다'고, 책은 특히 칼럼니스트를 꿈꾸는 예비 글쟁이들에게 유용하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칼럼니스트가 되는 비법을 안내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책에 따르면 칼럼니스트에 적합한 성향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한 우물만 파는 타입이건,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건, 내성적 성격이건, 마당발이건, 이성적 사고가 뛰어난 사람이건,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건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에 좀 더 유리하거나 불리한 성향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칼럼니스트들의 공통점은 읽기와 쓰기를 좋아하고, 열정과 호기심이 강하며, 무엇보다 앎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들이라며 칼럼니스트의 자질에 대해 우회적으로 돌려 말한다.

그렇다면 돈을 받고 팔 정도로 가치가 있는 그들만의 글쓰기 비법은 무엇일까. 책에서는 다양한 글쓰기 노하우를 공개한다. 글감을 찾는 방법, 문체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콘텐츠의 차별화를 위한 실질적 노하우까지. 그 중에서 글을 쓰기 전에 '구조도를 그리자' 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저자의 경험을 잘 살린 흥미로운 설명이다.

"명절날, 어머니가 잡채를 볶는 과정을 보다가 집필 과정을 연상한 적이 있다. 어머니는 고기, 버섯, 당면, 당근, 시금치 등을 따로따로 데치고 볶아서 준비한 후 움푹한 프라이팬에 모조리 넣고 간장, 설탕 등으로 간을 해서 다시 볶았다. 최종 완성과정인 '모조리 볶기'를 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각각의 재료들이 잘 준비되어 있어야 비로소 맛깔 나는 잡채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씻기만 한 채소들을 한꺼번에 볶지는 않았다. 사전에 재료 준비를 얼마나 성실하게 했느냐에 따라 요리의 맛이 달라진다. 글도 마찬가지다." 69쪽

또한, 저자는 '예비 필자들은 초고를 쓰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쓴다'며 퇴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 번에 완성하겠다는 강박을 버리라는 것인데, 도움이 되는 마음가짐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읽는 순간 무릎을 치게 만든다. 매우 유용한 팁이 아닐 수 없다.

"어차피 고칠 것, 대충 쓰자. 떠오르는 대로 일단 쏟아 놓고 보자. 그 후에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하면 돼! 명확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괄호로 남겨두지 뭐. 일단 초고를 다 쓴 후에, 사전에서 찾아 넣자." 79쪽

책 2부에는 현직 칼럼니스트들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대중음악 칼럼니스트 차우진, 야구 칼럼니스트 민훈기,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등 각 분야 현직 칼럼니스트 15명이 자신이 생각하는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치 아끼는 후배에게 조언을 하는 듯한 그들의 말에서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에 새삼 매력을 느낀다. 아마도 칼럼니스트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진심어린 조언에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저는 칼럼니스트의 미래가 충분히 밝다고 생각합니다. 전과 달리, 그간 일부 계층이 독점했던 정보가 점점 대중화되고 있으니까요. (중략) 이런 분위기 속에서 칼럼니스트를 꿈꾸는 후배님들은 자신의 글에 대해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내가 왜 글을 쓰고 싶은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해요. 내가 흔들릴 때마다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줄 수 있는 것은 결국 '그럼에도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하는 물음이거든요. 그러니 명확한 주관을 가지고 글을 썼으면 해요." 251쪽 심리학 칼럼니스트 강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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