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틈, 틈새를 주목하라
틈, 틈, 틈새를 주목하라
  • 신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14.09.21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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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을 만드는 사고법

[북데일리] 핀란드는 폭설이 자주 내린다. 도시조차 길이 눈으로 덮이곤 한다. 이럴 때 도시 디자인 관리자들이 거리에 나가서 살피면 사람들이 새로 낸 길을 발견하게 된다. 보통 열다섯 명 이상이 다닌 길로 판단이 되면, 그 길을 따라서 길과 표지판을 새로 디자인 한다. 이 길을 '희망선'이라고 부른다. - <틈>, 57쪽

벌어져 사이가 난 자리를 '틈'이라 한다. 틈은 균열이고 혼돈이다. 빈틈없는 삶에서의 틈은 위험해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런데 25년 경력의 마케팅 전문가 황인선은 틈을 핀란드의 '희망선'과 같다고 한다. 그는 <틈>(크리스마스북스, 2014)을 통해 틈은 쉼이며 다양성이며 창조성이라고 재해석한다.

사람들은 한 축 사고에 익숙하다. 부자 - 가난한 자, 정의 - 불의, 여자 - 남자, 유능 - 무능 같은 이분법으로 보는 것을 한 축 사고라고 한다. 이 프레임에 갇히면 입체적으로 볼 수 없어 제 3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게 된다. 답이 하나뿐인, 세상의 다양성을 볼 틈이 없는 것이다. 틈을 읽으려면 한 축 사고에 축을 더해야 한다. 이것이 두 축 이상 쓰는 매트릭스 사고법이다.

예를 들면, 소 - 가축의 가로축과 사람 - 가족이라는 세로축이 만나면 소가 가축이 아니라 가족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사고의 확장으로 태어난 영화가 <워낭소리>이다. 작은 농촌 마을의 할아버지에게는 함께 늙어가는 소가 가족이었다. 독립영화임에도 200만 관객을 모은 힘은 매트릭스 사고로 틈을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부자 - 가난한 자를 가로축으로, 정의와 불의를 세로축으로 놓으면 두배로 사고가 확장된다. 한 축 사고를 하는 사람은 부자이면서 정의로운 사람을 생각할 수 없다. '강남좌파'는 매트릭스 사고가 가능해야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다.

우리 사회에 새롭게 나타난 IT 개발자, 예술 공장 사람, 전통을 현재의 축으로 재해석하는 사람, 도시 농사꾼 들은 틈을 읽는 매트릭스 사고법에 능숙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희망이 있다. 아이디어만 내는 인재와 매트릭스 사고를 하는 인재는 경쟁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 <틈>, 69쪽

세상을 다른 관점으로 보는 마케터의 시각은 재미있다. 백전노장의 마케터 황인선의 <틈>도 우리 사회를 다르게 해석하는 책이다. 틀에 박힌 사고와 틈이 없는 생활은 닭장에 갇혀 죽을때까지 알만 낳는 암탉과도 같다. 혹은 영화 <매트릭스>처럼 시스템의 일부가 되어 현실이 아닌 삶을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살다보면 삶에 작은 균열이 생길 때가 있다. 우리는 균열이 생긴 틈으로 삶이 무너질까봐 두려워 허둥지둥 틈을 메우려고 한다. 이제는 용기내어 그 틈의 바깥에 있는 세상을 바라보자. 그 틈의 바깥은 닭장이 아닌 너른 마당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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