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생각이 필요한 때
위험한 생각이 필요한 때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9.20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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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볼만의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

 [북데일리] 생각과 다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것을 말로 표현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는 건 정말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과 의지를 혼자만 간직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이유로 실천하는 삶을 존경하는지도 모른다. 슈테판 볼만의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2014. 이봄)에 소개된 여성들의 삶도 그렇다. 수많은 질타, 압박과 고통을 견디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았다.

  “나는 언제나 내 생각에 충실히 따를 뿐이다. 나는 절대로 사람들이 원하는 내가 되지 않을 것이다.” (루 안드레아스살로메, 164쪽)

 과거, 많은 여자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살았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러니 여자는 여자답게, 남자는 남자답게 란 말은 옳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 전반의 주요 결정자는 남자가 많기에 ‘생각하는 여자는 위험하다’라는 반어적인 제목의 책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슈테판 볼만이 주목한 위험한 여자는 표지를 장식한 아웅 산 수 치를 시작으로 잘 알려진 마거릿 대처, 수전 손택, 레이철 카슨, 시몬 두 보부아르, 그리고 내게는 조금 낯선 앙겔라 메르켈, 루 안드레아스살로메, 에미 뇌터 등 모두 22명이다. 얼핏 여성 해방운동에 국한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인류를 위해 희생한, 불평등하고 부당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저항한 삶을 살아온 이들이다. 언제나 그렇듯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세상에 알렸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다거나 명예를 얻은 건 아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웅 산 수 치는 15년 간 가택연금을 당했고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던 안나 폴릿콥스카야는 의문의 죽음으로 끝났다. 앙겔라 메르켈은 정치적으로 성공했지만 동독 출신 이혼녀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고 위대한 물리학자 리제 마리트너는 여자라는 이유로 연구소 정문을 이용하지 못했다.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더욱더 정진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았다.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말만으로도 그 결연한 의지가 전해진다.

 “내가 처음 시작한 것에서 나도 온전히 싹을 틔운다. 『작은 것들의 신』을 시작할 때에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 나는 한 번도 내가 처한 상황을 괴로워하느라 시간을 허비한 적이 없다. 내 비밀은, 희생자가 되기를 거부하면서 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아룬다티 로이, 73쪽)

 22명 모두 열정적으로 소모하는 삶을 살았고 살고 있다. 여전히 주변인으로 아웃사이더로 살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과 응원을 건넨다. 더불어 우리 시대는 위험한 생각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평화를 위한 위험한 생각, 개혁을 위한 위험한 발언, 공존을 위한 위험한 시도가 필요하다. 진정한 나로 살기 위해, 우리로 살기 위해, 위험한 생각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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