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본질에 던지는 돌직구
삶의 본질에 던지는 돌직구
  • 신현철 시민기자
  • 승인 2014.09.03 2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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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 뿐인 삶이란 무엇인가

[북데일리] 신이 내린 형벌로 시시포스는 바위를 언덕 위로 올리는 일을 무한히 반복해야 한다. 실존주의 철학은 시시포스의 신화를 통해 인간의 삶이 무의미하다고 본다. 무의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며 사는 것이 삶이다. 그런데 신이 시시포스를 불쌍히 여겨, 바위를 밀어 올리는 일이 고통스럽고 힘들며 끔찍한 노동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느끼도록 그의 몸에 주사를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의 삶은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삶이란 무엇인가> (엘도라도, 2014)는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진행된 철학 강의를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베스트셀러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이은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의 두번째 타이틀로서, 전작이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논증했다면 이 책은 직접적인 '삶의 의미'를 테마로 하고 있다.

책은 저자 수전 울프의 '삶의 의미'와 '가치있는 삶'에 대한 두 개의 강의로 시작한다. 이후 조너선 하이트, 존 쾨테 등 네명의 교수가 논평을 하고 마지막으로 다시 저자의 답변으로 마무리 된다. 즉, 강의 - 논평 - 답변이라는 독특한 구조로 짜여져 토론의 현장감이 더해졌다.

저자는 통념적 방법론으로 삶의 의미를 논증한다. 어려운 철학적 관점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 있는 통념을 전제로 쉽게 논증을 한다는 뜻이다. 삶의 의미에 대한 첫번째 통념은 "열정을 바칠 만한 대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 바로 "성취관점"이라는 것인데 개인적 성취감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쾌락주의에 빠질 수 있다. 도덕성이 결여된 이 통념으로만은 삶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주사를 맞은 시시포스는 비록 성취감을 느끼지만 추구해야 할 소중한 가치가 결핍되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는 두번째 통념은 "자신보다 더 큰 존재에 관여하는 것"으로 열정을 바칠 만한 대상이 나보다 더 크고 중요하며 가치있는 것이어야 한다. 첫번째 통념이 주관적이라면 두번째 통념은 객관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두개의 통념을 합쳐서 "수정된 성취 관점"으로 삶의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우리의 욕망은 단지 특정 감정을 '느끼는(feel)' 삶이 아니라, 특정 형태로 '존재하는(be)' 삶에 대한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존경받으며, 가치를 인정받는 삶을 희망하고 있다. 또한 객관적 가치에 긍정적 방식으로 관여하고, 이를 실현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삶을 원하고 있다. 단순히 외롭지 않다는 느낌만으로 사회적인 본능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처럼, 성취감만으로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우리가 의미 있어 보이는 삶을 넘어 정말로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한다는 점에서 삶의 의미의 객관적 측면은 주관적 측면만큼이나 중요하다. - 71~72쪽

이후 네명의 철학자들의 날카로운 논평이 진행된다.

무모한 열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가 - 존 쾌테
뭔가를 성취해야만 삶은 의미 있는가 - 로버트 애덤스
객관적인 가치를 담아야만 의미 있는 삶인가 - 노미 아르팔리
중대한 관여와 벌집 심리학 - 조너선 하이트

이들의 논평은 마치 독자들이 궁금할 법한 질문들을 예상하여 반박하는 것 같아 앞의 강의가 어려웠던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의 논평에 대한 답변이 이어진다. 저자는 네 사람의 논평에 대해, 기존 입장을 중심으로 논의의 폭과 깊이를 더욱 확장시키며 한층 견고해진 논리로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객관적인 가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객관적 기준이 있어야 어떤 활동이 중대한 관여와 몰입의 기회를 제공하는 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두르지 않는 직접적인 화법,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통념적 해석, 철학자들 간의 논평, 그리고 시원시원한 책의 구성까지. 책은 무거운 철학 저서라고는 믿기지 않게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삶의 본질에 접근하는 돌직구인 셈이다. 하지만 현대 자본주의의 시스템 속에서 파편화되고 소외된 개인들이 얼만큼 삶의 의미와 가치 기준에 따라 살아갈 수 있을지는 여전한 의문으로 남는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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