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고전 읽기 안내서
색다른 고전 읽기 안내서
  • 이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4.08.3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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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 바닥이라면 뻔뻔한 고전 읽기

 

[북데일리] 삶의 의욕을 상실했을 때, 1분 이상 한 곳에 눈동자를 모으기 힘들 때, 자아에 치명상을 입었을 때 힘이 되는 책들이 있다. 그 중에 고전문학은 인간의 삶을 깊이 있게 녹여낸 책이라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책이다. 그래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한 번쯤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책이 몇 권은 있다. 안 읽은 책을 읽은 척 해야 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김용석.메트로.2014)는 필독 고전문학 13권에 대한 안내서이다. 저자는 <딴지일보>의 편집장으로 고전문학작품을 색다르게 파헤쳤다. 2009년 이후 뺄건 빼고 넣을 건 넣은 개정증보판이다. 고상한 고전문학에 대한 '까대기'를 하는 유쾌하고 재미난 책이다. 읽다보면 우리가 길들여진 독서를 하고 있다는 반성)이 든다.

“고전은 두뇌의 산삼이다”. 이 말은 고전은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보약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보약이라도 내 입맛과 몸에 맞이 않으면 무슨 소용일까. 우리는 책을 읽을 때 이렇게 읽어야한다는 교육을 받았기에 새로운 각도로 보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대문호가 쓴 책을 내 입맛대로 해석하고 지적한다는 것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 책 매뉴얼에는 바로 고전을 '까대는' 다양한 스킬들이 들어 있다. 그 누구에게도 배워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웃음이 터지게 만든다.

이 책에 소개된 13권의 책들 중 모두 읽어 본 사람도 있고 적어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는 읽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그 책으로 토론을 해보자고 덤비는 사람이 있다면 눈앞이 캄캄해질지도 모른다. 읽기는 읽었는데 무슨 내용인지 가물가물하거나 주인공 이름조차도 기억나지 않을 난감한 때도 있다. 그렇다고 안 읽은 척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읽었는데도 안 읽은 척도 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명쾌하고 유쾌한 고전문학 해설서이다.

이 책은 줄거리 요약이나 등장인물 소개 그리고 한발 나아가 고전을 읽지 않았고 얕잡아 보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은 단 하루 동안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정확히 말하면 수용소의 기상시간인 새벽 5시부터 취침 점호가 끝나고 침상에 누울 수 있었던 밤 10시까지 대략 17시간 동안 있었던 이들을 묘사한 소설이다. 주인공이 8년 동안 수용소 생활 중 그날이 가장 특별했다. 그 이유는 그날만큼은 평소보다 확연히 덜 맞고, 덜 춥고, 덜 배고픈 하루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과 군대생활을 비교하는 부분이 재미있다. 하지만 죄인(?)들을 수용하는 수용소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대는 다르지 않던가. 그는 이 부분을 이렇게 설명한다.

“솔제니친이 묘사하는 당시 시베리아 수용소의 죄인들은 대부분 죄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할 수 있으므로 이 사정을 이해한다면 설령 국방부 관계자라 할지라도 크게 불만은 없을 것이다.”-97

저자는 주인공이 애지중지하는 빵 조각과 군대에서의 초코파이를 비교한다. 군대 다녀온 분이라면 공감할 듯하다. 군대 간 내 친구 아들이 한 말이 떠오른다. “초코파이가 이렇게 맛있는 줄 군대 와서 처음 알았다”. 아무리 좋은 고전을 수십 권 수백 권을 읽어도 책을 덮고 나서 감동으로 끝나버리지 않고 이렇게 내 삶과 연결시켜보는 훈련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읽다 보면 고전은 왠지 어렵고 지겨울 것이라는 편견이 깨진다. 바로 우리 삶과 연결시켜 보면 고전 속 내용은 특별한 게 아니고 바로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전문학을 읽지 않고 읽은 척 하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이지만 고전문학을 읽었어도 책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읽으면 효과가 더 좋은 책이다. <이수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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